줄거리
『마음 가면 속 감정 사용법』은 정신과 의사 하지현 교수가 집필한 심리 에세이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억누르고 외면해온 감정의 실체를 마주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쁨, 분노, 우울, 불안, 질투, 수치심 등 이름 붙이기조차 어려운 수많은 감정들이 우리 내면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왜 그것을 숨기고 감추게 되는지를 조심스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짚어낸다.
줄거리는 없지만 책은 마치 하나의 ‘마음의 지도’처럼 흘러간다. 각 장은 감정 하나를 주제로 다루며, 그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인 예시와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하지현 교수는 감정이 결코 억눌러야 할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정직하게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성숙한 사람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핵심은 “감정은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알려주는 신호”라는 메시지다. 그리고 그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겉으로는 침착한 사람도, 내면에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눌려 있을 수 있고, 격하게 반응하는 사람조차 감정에 솔직한 것일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감정의 다양한 얼굴을 받아들이고,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등장인물
책은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실제 인물이 아닌 다양한 감정 상태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늘 밝은 얼굴 뒤에 우울을 감춘 직장인, 쉽게 화내는 연인에게 지쳐가는 여성, 완벽해야만 사랑받는다고 믿는 청년, 남의 시선을 극도로 의식하는 학생 등. 이들은 모두 우리 삶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심적인 인물은 바로 ‘감정을 외면한 우리 자신’이다. 하지현 교수는 전문적인 용어보다 따뜻한 언어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독자는 “이거 나잖아” 하고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속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존재는 저자 하지현 교수다. 그는 독자에게 정답을 주기보다, 조용히 손을 내밀고 질문을 건넨다. “왜 그렇게 느꼈을까?”, “그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 “그때 참 힘들었겠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다정하면서도 명확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에게 제대로 이해받는 기분이 든다.
감상평
『마음 가면 속 감정 사용법』을 읽는 내내 나는 내 마음 안쪽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감정이란 늘 나를 괴롭히거나 혼란스럽게 만드는 존재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감정이 나를 ‘도와주려는’ 신호였다는 걸 알게 됐다. 그 깨달음은 단순하지만 너무도 강렬했다.
우리는 늘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해져 있다. ‘웃어야 예의야’, ‘화를 내면 유치해 보여’, ‘울면 약한 사람 같아’ 같은 말들 속에서 우리는 감정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감정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주며 말한다. “그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당신 잘못 아니에요.” 그 말이 참 위로가 되었다.
특히, ‘수치심’에 대한 장이 인상 깊었다. 무기력하고, 작아지고, 도망치고 싶던 많은 순간들 뒤에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숨어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하지현 교수는 그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심스럽게 안내해준다.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말고, 잘 다뤄야 한다.” 이 말은 삶 전체의 태도를 바꾸는 하나의 원칙처럼 느껴졌다.
『마음 가면 속 감정 사용법』은 자기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감정이 자꾸만 나를 방해한다고 느꼈던 사람, 언제나 ‘괜찮은 척’ 하느라 지쳐버린 사람, 감정이라는 말만 들어도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당신 안에도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는 힘이 있어요”라고 말해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게 됐다. 그리고 그 다정한 시선이야말로, 내 삶을 더 건강하고 진실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첫걸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