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우리는 사랑 아니면 아무것도 몰랐다』는 글 쓰는 사람 이슬아가 매일 쓰고 보낸 글들 중,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연애로서의 사랑만이 아니라, 가족, 친구, 타인,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포착한 산문집이다. 마치 일기처럼 속내를 꺼내고, 편지처럼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이어서, 읽는 이 역시 그 말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책에는 명확한 흐름이 있다. 사랑을 했던 순간, 끝나버린 관계, 잊지 못하는 마음, 나를 이해해주는 존재들. 글은 느슨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감정의 핵심을 찌르며, 독자의 마음 어딘가에 단단히 내려앉는다.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불편할 정도고, 때로는 너무 정확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문장들이 있다.
이슬아는 이 책에서 ‘사랑은 어렵다’는 걸 반복해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사랑 외에는 우리가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은 곧, 우리가 사람으로 살아가며 겪는 거의 모든 감정이 결국 사랑의 파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책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책이다.
등장인물
책에는 수많은 사람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이름이 없다. 그들은 ‘그 사람’, ‘어떤 친구’, ‘당신’, ‘아버지’, ‘어머니’로 불린다. 이름이 없다는 건, 곧 그들이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그 ‘그 사람’을 자신의 누군가로 치환하게 된다. 이슬아가 쓴 문장은 곧 나의 기억과 연결되고, 나의 누군가와 겹쳐진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단연 작가 자신이다. 그는 글 속에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너무 많이 사랑했고, 그만큼 많이 아팠고, 또 그걸 고스란히 글로 남긴다. 그 진심이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서사다. 감정을 감추지 않기 때문에 더 공감되고, 더 깊이 다가온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자조적으로, 또 어떤 순간에는 눈물겹도록 다정하게 자신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인물은 독자다. 이 책은 일방적인 고백이 아니라, 대화를 전제로 쓰인 듯한 글들이다. 그래서 독자는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이 이야기의 수신인이 된다. 누군가 나에게 사랑을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 혹은 내가 전하지 못한 말을 대신 누가 해준 듯한 느낌. 이 책은 그런 감정을 반복적으로 불러일으킨다.
감상평
『우리는 사랑 아니면 아무것도 몰랐다』는 내가 그동안 읽은 ‘사랑’에 관한 책들 중 가장 사적인 책이었다. 말이 너무 정직해서 오히려 숨이 턱 막히는 순간들이 있었다. 특히 이슬아의 글은 ‘문장’이 아니라 ‘고백’에 가깝다. 그래서 더 뼈에 닿는다. 격한 감정을 격식 없이 담아내면서도, 문장 자체는 너무나 아름답다. 그 불균형이 오히려 더 강하게 남는다.
읽는 동안, 나 역시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잘 지내고 있는지, 내가 너무 미워했던 건 아니었는지, 그땐 왜 그리도 쉽게 상처받고 상처 줬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나는 누구를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 이 책은 그런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하게 만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나는 말보다 마음이 먼저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구절이었다. 그 문장을 읽고 나서, 나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떠올렸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용기의 책’이다. 감정을 말하는 연습, 진심을 쓰는 연습, 마음을 건네는 연습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우리는 사랑 아니면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랑 때문에 복잡했던 사람에게, 혹은 아직도 사랑을 꿈꾸는 사람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고 혼잣말하는 사람에게 깊은 위로가 되어줄 책이다. 어떤 문장은 나를 대신해 울어주고, 어떤 문장은 나에게 손을 내민다. 그래서 이 책은, 그냥 글이 아니라 하나의 따뜻한 사람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