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14.

줄거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제목부터 강한 인상을 준다. 죽음을 생각할 만큼 깊은 우울감 속에서도, 동시에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감정이 공존하는 삶. 이 모순처럼 보이는 마음이 사실은 우리가 매일 겪는 일상의 진짜 얼굴임을, 이 책은 너무나 담담하게 보여준다.

책은 저자 백세희가 실제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으며 나눈 대화를 기록한 대화록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기분부전장애(만성 우울)와 불안장애를 겪으며 일상의 사소한 사건에도 과하게 반응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고, 인간관계에 지쳐버린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이상하다고 느끼며 상담실을 찾는다.

의사와의 대화는 특별하지 않다. 그냥 ‘왜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를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지도 않고, 기적처럼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느릿한 대화 속에서 독자는 저자의 내면과 점점 가까워지고, 동시에 자신의 감정도 하나씩 들여다보게 된다. 책의 흐름은 ‘정신병’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정리해준다.

등장인물

가장 중심에 있는 인물은 물론 저자 백세희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조차 낯설게 느꼈던 마음을 끝까지 파고든다. 그의 말투는 조심스럽고, 때로는 방어적이지만, 그런 모습들이 오히려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는 용기 있게 자신의 불안과 무력감을 드러내고, 그 감정을 하나하나 붙잡아 단어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가볍지 않다.

또 한 명의 조연은 상담 의사다. 그는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구세주가 아니다. 오히려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며,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저자의 내면이 드러나게 만든다. 그의 태도는 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나 역시 누군가를 그렇게 들어줄 수 있을까, 혹은 나도 저런 식으로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진짜 등장인물은 ‘우리’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유 없이 무기력하거나, 너무 사소한 일에 상처받거나, 자기 자신이 싫어졌던 기억이 있다. 책은 그런 경험을 끄집어낸다. 익명의 독자인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내 얘기 같다’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모두 이 이야기의 중요한 인물이 된다.

감상평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거창하지 않아서 더 깊은 책이다. 위로를 줄 것처럼 굴지 않지만, 읽고 나면 분명 위로가 되어 있다. 누구나 자신을 좋아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지치고, 아무 이유 없이 슬프고,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내가 이상한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이 책은 그 순간 이렇게 말해준다. “당신은 이상하지 않아요. 그냥 사람일 뿐이에요.” 그 말 한마디가, 너무도 필요한 순간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감정은 옳고 그름이 없다’는 상담 의사의 말이었다. 나의 불안, 나의 슬픔, 나의 짜증은 틀린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감정이라는 것. 그것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이라는 걸 이 책은 반복해서 보여준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독자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뀌라고 하지 않고, 이겨내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이런 마음도 있구나” 하고 함께 있어준다. 그래서 이 책은 격려가 아니라 ‘함께 앉아 있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감정의 언어를 잃어버린 시대에, 아주 조용하고도 단단하게 말을 건네는 책이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선정한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써온 29개의 이야기가, 결국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