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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언어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15.

줄거리

『상실의 언어』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누구나 겪게 될 이야기다. 작가 조앤 디디온은 남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뒤, 남은 1년간의 감정과 기억,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를 조용히 기록해 나간다. 그녀의 남편, 작가 존 그레고리 던은 부부가 대화를 나누던 어느 평범한 저녁 식사 도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럽고, 말도 없이 끝났다.

하지만 그 이후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디디온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로 오랫동안 ‘그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비현실적인 기대 속에 살아간다. 죽은 남편의 신발을 치우지 못하고, 책상 위의 글을 정리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여전히 이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있는가?” 책은 그런 자문과 고백으로 가득 차 있다.

『상실의 언어』는 애도라는 것이 어떤 형식이 있는 과정이 아니라, 끝이 없고 규칙 없는 감정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상실이라는 절망적인 사건 속에서도 인간은 언어로 자신을 견디고, 정리하고, 다시 살아가려 애쓴다는 걸 말해준다. 아주 사적인 경험을 가장 보편적인 감정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등장인물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조앤 디디온 자신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중심에 놓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문장은 남편 ‘존’을 향한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한 사람을 잃은 아내의 고백을 넘어서, 두 사람의 오랜 연대와 사랑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게 된다.

존은 등장하지 않지만, 모든 장면에 살아 있다. 디디온은 남편과 나눴던 대화, 그가 쓴 문장, 함께 여행했던 장소, 작은 습관 하나까지도 잊지 않고 되살려낸다. 그래서 독자는 죽음 그 자체보다도 ‘함께했던 기억’이 더 강렬하게 남는다.

그리고 이 책에서 또 하나의 인물은 ‘시간’이다. 시간은 비극 이후에도 무심하게 흘러가지만, 디디온의 감정은 같은 자리에 맴돈다. 이 괴리 속에서 ‘애도’라는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섬세하게 체감하게 된다. 등장인물은 적지만, 그만큼 감정은 깊고 또렷하다.

감상평

『상실의 언어』를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건 글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감정이 너무 진짜이기 때문이다. 디디온은 절대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울부짖지도 않고, 위로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슬픔을 아주 차갑게, 아주 조용히 기록한다. 그래서 더 아프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가 남편의 죽음을 ‘사건’이 아니라 ‘경험’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이었다. 죽음을 수용하는 일이 단지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삶의 질서를 다시 짜는 과정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너무도 일상적인 기억들이 상실과 함께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보며, 나도 내 곁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됐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떤 말도 함부로 꺼낼 수 없게 된다. 대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죽음을 견디는 법’을 알려주진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조용히 보여준다. 그건 아마도 기억하고, 쓰고, 사랑했던 사람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것. 조앤 디디온은 그걸 해냈고, 우리도 언젠가는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준다.

『상실의 언어』는 상실을 겪은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아직 그 상실을 겪지 않은 사람에게도, 언젠가 그 시간을 맞게 될 사람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에도, 우리는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아주 작게, 그러나 단단히 속삭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