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달까지 가자』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그들이 꿈꾸는 상상의 한 조각이다. 주인공은 대기업 계약직으로 일하며 매일을 버텨내고 있는 ‘서영’. 그는 미래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회사 생활 속에서 어느 날, 비밀스러운 제안을 받는다. “비트코인으로 한탕 하자.”
서영과 그의 친구들은 회사의 빈 회의실에서 몰래 가상화폐를 사고판다. 그들은 실패할 수도 있고, 법적으로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도전한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점점 커지고, 그들이 상상하지 못한 세계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소설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 아주 절묘한 균형을 유지한다. 회사를 견디며, 월세를 내며, 가족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동시에 ‘우리끼리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달까지 가자’는 말은 단순한 농담처럼 시작되지만, 끝내 그것은 진짜 믿음으로 바뀐다.
등장인물
서영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는 꿈을 잊은 채, 그저 당장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간다.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냉소적이지만, 내면 깊은 곳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열망이 있다. 그리고 그 불씨는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성실하고 신중하지만 동시에 은근히 모험심이 있는 '은미', 늘 돈이 없어도 이상하게 상황을 만들어내는 '지혜', 그리고 이 기획의 설계자이자 조용한 카리스마를 가진 '진우'. 이들 모두는 한 사람의 캐릭터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인물들이다. 그래서 더 공감된다.
이들이 함께 모여 꾸리는 작지만 진지한 공동체는, ‘함께하는 인간관계’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보여준다. 서로의 결핍을 감싸고, 실패했을 때에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괜찮아, 우리끼리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 그건 가족도, 연인도 아닌, ‘선택된 연대’다.
감상평
『달까지 가자』는 제목만 보면 우주여행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큰 메시지를 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읽는 동안 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조용히 울컥했다. “그래, 나도 이런 감정 느꼈어.” “나도 이만큼 지쳤고, 이만큼 바라고 있었지.”
장류진의 문장은 담백하지만 리듬이 있다. 일상적인 대사와 상황 묘사를 통해,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겪는 사람들의 태도 때문이다. 그들은 도망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대신 함께 고민한다. 그리고 그게 이 소설의 가장 큰 위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달’이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꿈이지만, 동시에 불가능한 환상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금 여기가 너무 싫어서, 어디든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그런 마음에 말한다. “그래, 싫으면 같이 달까지 가자.” 물론 달에는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믿고 함께하는 마음, 그게 우리를 버티게 만든다.
『달까지 가자』는 지금의 청춘에게 가장 필요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네 잘못 아니야. 그리고, 우리 같이 해보자.” 그 말 하나로 다시 한 주를 시작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충분히 우리를 달보다 더 먼 곳으로 데려갈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