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당신이 그렇게 말해줘서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17.

줄거리

『당신이 그렇게 말해줘서』는 김겨울 작가의 내밀한 고백이자,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에 대한 성찰이다. 작가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그가 성장하며 겪어야 했던 감정의 충돌, 거리감, 갈등, 그리고 결국 말하지 못한 감정들에 대해 기록한다.

그의 아버지는 쉽게 화를 내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으며, 자녀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 김겨울은 늘 조심했고, 눈치를 보았으며, 결국 마음을 닫는 법을 먼저 배운다. 이 책은 그런 유년과 청소년기의 기억을 더듬으며, ‘왜 나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할까’, ‘왜 나는 누군가의 한 마디에 그렇게 오래 아플까’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을 따라간다.

책은 비단 아버지와의 관계만을 다루지 않는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자아의 경계, 타인과의 거리, 글쓰기와 말하기의 방식을 함께 탐색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작가는 마침내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미워하지는 않기로’ 마음먹는다. 이 책은 이해와 용서 사이, 거리와 연결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조심스럽게 풀어낸 한 사람의 기록이다.

등장인물

책에는 명확한 캐릭터가 등장하진 않지만, 중심에는 언제나 ‘아버지’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작가의 유년을 지배한 인물이며, 감정적으로 단단한 벽을 쌓은 존재다. 말수가 적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훈육과 침묵으로 자녀를 대했던 아버지. 작가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와의 거리를 계산하며 살아간다.

작가 자신 또한 하나의 등장인물로 등장한다. 과거의 자신, 상처받은 아이였던 자신, 글을 쓰는 현재의 자신 — 이 모든 자아들이 이 책 속에 함께 존재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지 못한 감정들을 꺼내어 다시 정리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 감정의 진행 과정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기억과도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부드러운 존재로서 어머니, 그리고 친구와 동료들의 존재도 조용히 배경을 채운다. 이들은 주도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작가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말’들을 건네는 존재들이다. 결국 이 책은 단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동시에 모든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감상평

『당신이 그렇게 말해줘서』는 아주 조용한 책이다. 화내지도 않고, 눈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책장을 덮었을 때, 나는 무언가에 눌린 듯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내가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내가 대신하지 못한 말들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음을 깊게 건드린 건, “그냥 조금 떨어져 있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늘 가까워져야 한다고 배웠지만, 어떤 관계는 적절한 거리에서의 애도와 인정이 가장 건강할 수 있다. 그 말이 이 책 안에서는 부드럽고 단단하게 받아들여진다.

김겨울의 문장은 늘 그렇듯 조심스럽고 섬세하다. 감정이 격해질 법한 순간에도 단어 하나하나를 다듬는 태도가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에게 소리치듯 말하는 고백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오래 써 내려간 편지 같다. 울지 않지만 뭉클하고, 화내지 않지만 마음을 흔든다.

『당신이 그렇게 말해줘서』는 가족이라는 이름에 갇혀 말하지 못한 사람들, 여전히 관계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더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이 책은 용서를 강요하지 않고, 화해를 조건으로 내세우지도 않는다. 대신 말한다. “그렇게 느껴도 괜찮다”고.

이 책은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그 말 한마디면, 나는 조금 더 숨 쉬기 쉬워졌다. 『당신이 그렇게 말해줘서』는 지금도 누군가의 속에서 울고 있는 말들에게 조용히 귀 기울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