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있지만 없는 아이』는 단일한 서사가 아닌, 서로 다른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야기다. 하지만 이 단편들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모두 ‘사라진 사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감정’, ‘눈에 띄지 않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표제작 「있지만 없는 아이」는 마을 사람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는 분명히 존재했지만, 어느 순간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 아이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만이 남아, 끈질기게 그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 이 이야기에서 독자는 존재라는 것의 조건, 그리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만 인정되는 삶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다른 단편들에서도 비슷한 정서가 반복된다. 어딘가에 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하는 감정들. 누군가의 곁에 있지만, 결코 완전히 연결되지 못하는 관계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고립과 단절만을 그리지 않는다. 아주 작고 미묘한 ‘따뜻한 감정의 스침’을 통해, 우리가 아직 서로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등장인물
각 단편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조용하고, 평범하며,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름을 기억하기보다 ‘느낌’으로 기억하게 되는 이 인물들은, 독자에게 어떤 정서의 잔상을 남긴다. 가장 인상적인 건, 작가가 그들의 고독을 연민이나 극적인 사건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있지만 없는 아이」의 화자는 소년이었던 아이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집요하게 기억을 되짚는다. 그는 그 아이가 분명히 존재했음을 주장하며, 점점 사회와 멀어지고, 고립된다. 그 모습은 무섭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결국 그는 아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놓치지 않으려는 감정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다른 단편의 주인공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무기력 속에서 무언가를 지키려 한다. 회사 생활에 지쳐 무표정해진 여성, 갑작스레 가족을 잃고 상실감에 무뎌진 노인, 사랑이 식은 관계를 붙잡고 있는 연인. 그들 모두는 조용히 견디고 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감정은, 작지만 꺼지지 않는 희망이다.
감상평
『있지만 없는 아이』는 독서를 한다기보다, 정적 속에서 사람의 숨소리를 듣는 것 같은 경험이었다. 이야기는 짧지만, 감정은 깊고 오래간다. 이 책은 ‘눈물짓게 하는’ 종류의 소설이 아니라, 가슴속 어딘가를 서서히 덜어내는, 그리고 그 자리에 조용한 따뜻함을 채워주는 이야기다.
가장 놀라웠던 건 미우라 시온의 ‘관찰력’이었다. 그가 포착해낸 감정은 누구나 겪지만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종류다. 이를테면, ‘말을 걸고 싶었지만 끝내 걸지 못한 하루’, ‘있지만 그리운 사람의 부재’,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는 존재’. 작가는 이런 감정들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고, 그저 보여주기만 한다. 그런데 그게 가장 강력한 위로가 된다.
나는 특히 「있지만 없는 아이」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래 머물렀다. 존재의 증거는 무엇일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건 그 사람을 되살리는 일일까? 이 질문은 단지 이야기 속 화자만의 것이 아니라, 독자인 나의 것이 되었다. 그 순간 이 책은 단편이 아니라 하나의 거울이 되었다.
『있지만 없는 아이』는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고독하지만 절망적이지 않다. 이 책은 말한다. “당신은 지금 여기 있고, 나는 당신을 봤어요.”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문장이라는 걸 이 책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