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싶다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18.

줄거리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상처받는 일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다. 저자 허유정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작가로, 이 책에서 단지 병명이나 증상을 말하는 대신, 감정 그 자체에 대해 아주 깊고 조용한 언어로 말한다. 불안, 우울, 분노, 무기력, 상실 같은 감정들을 단지 ‘극복해야 할 문제’로 보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책은 총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챕터는 하나의 큰 감정 혹은 심리적 상태를 주제로 삼는다. 그녀는 의학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하나의 문장, 하나의 표정, 혹은 아주 일상적인 대화의 틈새에서 우리가 감추고 있는 감정의 실체를 끌어올린다. 글 속에서 반복되는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괜찮은가요?” 그리고 우리는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다.

허유정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수많은 혼란의 감정들—잘 지내는 척, 웃는 척, 괜찮은 척—이 결코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해준다. 대신 그 척하는 마음들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도록, 그에게 편지를 쓰듯, 말을 건네듯 글을 써나간다.

등장인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독자 자신이다. 각 장마다 독자가 한 사람의 내담자가 되어, 허유정이라는 심리상담가의 조용한 말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의 일기이기도 하고, 상담실에서 나누는 대화록 같기도 하다.

그 외에도, 책 속에는 허유정이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의 경험이 익명으로 녹아 있다. 그들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와 똑같이 불안하고 흔들리는 평범한 존재들이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때로 나를 보게 되고, 때로 내가 외면했던 감정을 들여다보게 된다.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은 ‘감정’ 그 자체다. 허유정은 감정을 단순히 지나가는 감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은 하나의 목소리이고, 방향이며, 몸의 신호라고 말한다.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통제하려 하지 말고, 그저 듣고, 같이 있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이 책은 바로 그 연습이다.

감상평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나를 일깨운 책이 아니라, 나와 함께 침묵해준 책이었다. 세상에는 변화시켜주는 문장도 있지만, 이 책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앉아 기다려주는 글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경험은 위로보다도 더 오래 남는, 존중의 경험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허유정이 절대 독자를 다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당신이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상처가 컸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스스로를 향한 많은 비난을 멈추게 되었다. 그건 진심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또 하나 잊히지 않는 문장은 “아프다는 건, 나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자주 괜찮지 않으면서도 괜찮다고 말하고, 외롭다는 감정을 숨기며 일상 속에 묻혀 산다. 이 책은 그런 순간들에 조용히 개입해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연습을 시킨다. 그게 이 책이 지닌 특별한 치유력이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당장 내일을 바꿔주진 않지만, 오늘의 나를 받아들이는 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설명할 수 없을 때, 이 책이 대신 말해준다. 조용히 내 안을 살피고 싶을 때, 곁에 두고 오래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