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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19.

줄거리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삶과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문장만으로 이 책을 정의할 수는 없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여러 인물의 삶과 파멸, 선택과 방황, 그리고 의미를 향한 갈망을 동시에 따라간다.

소설은 ‘자살을 도와주는 남자’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그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며, 삶이 버거운 이들의 마지막을 계획하고 기록하는 일을 한다. 윤리적 판단 없이, 죽음을 돕는 그 남자 앞에는 매혹적인 두 여성이 등장한다. 정현과 세연. 둘은 예술적 감수성과 자기 파괴적인 욕망, 상실감과 자유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정현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삶을 견디지 못하고, 세연은 차가운 시선으로 삶을 분석하면서도 점점 죽음에 끌린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끝낼 권리’에 대해 탐색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 역시 그들의 선택 앞에 무력해진다.

이 소설은 이야기 자체보다, 그 이야기 사이에 있는 여백과 침묵, 무너짐의 리듬이 더 중요하다. 김영하는 삶의 허무와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를 매우 세련된 언어로 표현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죽음을 생각하며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등장인물

작가 – 자살을 돕는 남자이자, 등장인물들의 죽음을 기록하는 서술자. 그는 전지적인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감정의 중심에는 서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마치 카메라처럼 차가우면서도, 묘하게 따뜻하다. 그의 거리감이 소설 전체의 리듬을 만든다.

정현 – 삶을 너무 강하게 경험하는 인물. 감정이 날 것 그대로 튀어나오고, 그래서 파괴되고 만다. 사랑과 고통을 구분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충동 속에 안주하게 된다.

세연 – 냉정하고 지적인 인물. 그는 모든 감정을 이성으로 분석하려 하지만, 결국 그 이성이 자기 안의 공허를 채우지 못한다. 아름답고 차가운 그는,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을 관찰하듯 존재한다. 그의 절제된 슬픔이 오히려 더 아프다.

이 외에도 카메라맨, 예술가, 작가 지망생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 모두는 삶에 대한 관찰자로 존재한다. 이 소설은 중심 인물 하나가 이야기를 이끄는 게 아니라, 각 인물들이 만든 파편들이 하나의 심연으로 모이는 구조다.

감상평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소설이지만, 동시에 철학서이고 일기장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자문했다. “삶은 누구의 것인가?”, “죽음은 도피인가, 선택인가?”, “누군가의 생을 타인이 기록할 수 있는가?”
그 질문들이 단순히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이 아니라, 감정 속에 스며들었다. 그것이 이 책의 힘이다.

김영하의 문장은 무겁지 않다. 짧고 단정하다. 그러나 그 문장들 속에 담긴 감정은 아주 오래 남는다. 특히 죽음을 아름답게 표현하지 않고, 차분하게 담담히 묘사한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은 죽음을 미화하지 않지만, 그 감정에 함부로 손대지도 않는다. 그 거리와 예의가 이 소설을 명작으로 만든다.

나는 이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생각했다. 정현의 죽음이 슬픈 이유는, 그녀가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연이 떠난 이유는, 누구도 그녀에게 “남아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삶의 이유보다도, 삶의 허락이 필요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당신이 지금 삶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그 흔들림 자체가 하나의 존재 방식이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다소 차갑지만, 그 차가움 속에 따뜻한 연민이 숨어 있는 — 무너지지 않고, 무너지려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