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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실에 대하여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19.

줄거리

『당신의 상실에 대하여』는 프랑스 파리, 한국 서울,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며, 상실과 연대, 그리고 기억을 향한 조용한 여행을 그린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장의 이메일이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 ‘라라’가 보낸 메일. 그 안에는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우리는 그때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어”라는 문장이 담겨 있다.

주인공 ‘윤영’은 그 메일을 받고 10년 전의 기억을 되짚기 시작한다. 대학 시절,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유학생이었던 라라와의 만남. 라라는 내전으로 가족을 잃고, 불안정한 신분으로 한국에 머물렀다. 윤영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그녀의 상처를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관계는 단절된다.

10년이 지나 파리에서 다시 조우한 두 사람. 윤영은 라라에게 “그때의 나”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보다, 그저 그녀의 침묵 옆에 앉아 있기 위해 노력한다. 소설은 우리가 말하지 못했던 감정, 기억하지 못했던 사람, 그리고 여전히 이어져 있는 삶의 조각들을 섬세하게 이어붙인다.

이야기에는 거대한 사건은 없다. 대신, 사소하고 조용한 풍경 속에서 감정의 변화와 거리, 그리고 고백 없는 고백들이 이어진다. 이것은 상실 이후의 이야기다. 상실을 당한 사람이 아니라, 상실 곁을 지나간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윤영 – 소설의 화자이자 관찰자. 그는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하려 했지만, 끝내 그 마음에 다가가지 못했다. 그 미안함과 후회는 그를 조용히 흔든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자기 고백이 아닌, 타인의 마음 곁에 서려는 사람으로 변화한다.

라라 – 우크라이나 출신 유학생. 내전으로 가족을 잃고, 감정을 언어로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녀는 말하지 않고, 대신 바라본다. 그 침묵이 윤영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감정의 진실성을 깨닫게 한다. 라라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의 본질을 상징한다.

그 외에도 윤영의 가족, 파리에서 만난 동료, 라라의 기억 속 인물들이 잠깐씩 등장하지만, 그들은 모두 ‘말해지지 않은 삶’의 배경이자 울림이다.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결국 말이 아닌, 기억과 공감, 상실의 여운이다.

감상평

『당신의 상실에 대하여』는 제목처럼 조용하고 정제된 슬픔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멈춰 섰다. 단지 문장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 문장 뒤에 숨은 말하지 않은 감정들이 나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조해진의 문장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그러나 그 절제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조심히 다가가기 위한 배려다. 이 책은 “너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네 옆에 있어도 될까?”라고 조용히 묻는다. 그 자세가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문장이라고 느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윤영이 라라와 아무 말 없이 길을 걷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들은 서로 사과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걷는다. 그게 곧 사과이고, 고백이고, 애도였다. 나는 그 장면을 통해, 누군가의 고통 곁에 서는 방식이 말보다 조용한 행동이라는 걸 배웠다.

『당신의 상실에 대하여』는 고통의 주인공이 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더 조심스럽고, 더 정직하게 상처를 바라본다. 이 소설은 그런 사람들에게 “괜찮다”는 허락보다, “이해하지 못해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