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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시간을 걷다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22.

줄거리

『기억의 시간을 걷다』는 교통사고 이후 기억의 일부를 잃은 30대 여성 ‘해인’이 주인공이다. 해인은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더듬어 가는 중이다. 다만 이 기억 상실은 단순히 시간을 잊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우고 싶어 했던 과거와 강제로 마주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녀는 퇴원 후 가족의 집으로 돌아간다. 오랜 시간 연락을 끊었던 어머니와, 이제는 낯설기까지 한 여동생이 기다리고 있다. 병상에 누워 있던 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것은 ‘시간’이 아니라, 감정 그 자체였다. 해인은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것이 두렵고, 동시에 절박하다.

이야기는 해인의 시선과 주변 인물들의 시선을 교차하며 진행된다. 해인은 과거 자신이 가족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복원한다. 그 과정에서 잊고 싶었던 말들, 하지 못했던 고백, 그리고 회피해왔던 용서의 감정이 차오른다.

결국 이 소설은, 기억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회복하는 이야기다. 해인은 점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기억하기보다는 지금 누구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게 이 이야기의 진짜 결말이다.

등장인물

해인 – 소설의 중심 인물. 그는 과거를 잃어버린 후, 현재와 조우하면서 ‘자기 자신’을 다시 만들어간다. 기억을 되찾는 것이 목표였지만, 결국 더 중요했던 건, 그 시간 동안 느낀 감정이 허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해인의 내면은 매우 섬세하고, 독자는 그의 감정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어머니 – 해인에게 상처를 남긴 인물이지만, 동시에 가장 애틋한 존재다. 말은 없지만 행동으로 딸을 대하는 방식에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세대의 모순과 슬픔이 묻어난다. 그녀는 이야기 내내 침묵하지만, 그 침묵이 해인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다.

여동생 수인 – 해인과의 갈등이 깊었으나, 누구보다도 해인의 부재에 괴로워했다. 그녀는 상처를 말하지 않고 견디는 방식으로 살아왔으며, 해인의 귀환은 그녀에게도 화해와 자존감 회복의 기회가 된다.
두 자매의 대화는 짧지만, 감정의 진폭은 크다.

주변 인물들 – 의사, 친구, 과거의 연인 등이 간간히 등장하지만, 그들 모두는 해인이 기억과 감정 사이를 오갈 때 작은 거울처럼 기능한다. 누군가는 기억을 되살리고, 누군가는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인물들이 있어 해인의 변화가 더 또렷해진다.

감상평

『기억의 시간을 걷다』는 “기억이 인간을 만든다”는 명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단순히 ‘기억 상실’이라는 장치를 서사적으로만 활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억보다 더 중요한 건, 그 기억을 둘러싼 감정이라는 점을 아주 섬세하게 보여준다.

정세랑의 문장은 부드럽고 간결하다. 그러나 그 문장들 사이엔 늘 ‘멈칫’하는 숨이 있다. 특히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독자는 오히려 더 강렬한 진심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가장 깊이 다가간 문장은 이랬다.
“기억이 나지 않아도, 그때 내 마음은 진짜였다는 걸 알아.”

이 한 문장은 이 책 전체를 요약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 기억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은 기억보다 먼저 우리를 흔든다. 이 책은 그 감정이, 우리를 다시 사랑하게 하고, 다시 용서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기억의 시간을 걷다』는 상처 입은 기억, 회피했던 가족, 잃어버린 나의 감정을 다시 꺼내어 보게 만든다. 그 과정은 아프지만, 그 끝엔 반드시 온기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동안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조용히 붙들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