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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22.

줄거리

『딸에 대하여』는 딸의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 어머니의 시선을 통해, 세대 간 갈등과 여성의 자율성, 그리고 사회적 조건 속에서의 사랑과 책임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게 시작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딸은 학교를 그만두고, 연인과 함께 살게 된다. 그 연인은 여자다. 그리고 그 사실은, 오랫동안 보수적이고 침묵 속에 살아온 어머니에게 하나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딸의 시점이 아니라, 어머니의 시점에서 이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독자는 이 어머니와 함께 점차 변화한다. 처음엔 불편해하고 거부하며, 이해하지 못하지만, 딸의 존재를 외면하지 못한다. 그 시선은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모성과 여성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인간의 고백이다.

딸은 조용하고 단단한 인물이다. 그녀는 누군가를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것조차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신이 살아온 세계에서는, 그런 삶은 ‘이탈’이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갈등은 크지 않지만, 매 순간 긴장으로 가득하다. 이는 딸과 어머니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안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구조적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결국 이 소설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먼저 말하고, 누가 끝까지 듣느냐의 문제다.

등장인물

어머니 – 이 소설의 화자이자 중심 인물. 그는 평생을 ‘참는 것’으로 살아온 여성이다. 가부장적 가정, 무심한 남편,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그가 배운 삶의 방식은 ‘견디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딸이 너무 쉽게 ‘자기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 때, 그 삶이 불편하다.
하지만 그는 결코 딸을 버리지 않는다. 그가 계속해서 집 안에 남아 있고, 식사를 차리고, 잔소리를 하고, 말없이 손을 잡는 건,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딸 –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중심이다. 강단 있고 침착하며,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진다. 그녀는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지만,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그게 오히려 가장 강한 메시지다.
그녀는 말없이 살아간다. 그 침묵이, 어머니의 내면을 점점 흔들기 시작한다.

딸의 연인 – 다정하고 조용한 사람. 그녀는 이 집안에서 가장 말이 없지만, 오히려 그 존재만으로 큰 변화를 일으킨다. 어머니는 처음엔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존재가 딸을 지켜주는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

감상평

『딸에 대하여』는 ‘사랑’이라는 말 대신, ‘침묵’과 ‘버팀’으로 사랑을 말하는 책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는 한 단어조차 허투루 지나치지 못했다. 문장이 짧고 단순하지만, 그 여백이 너무 많아 자꾸 마음이 묶인다.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은, 누구도 선명한 악역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머니는 시대에 뒤처졌지만, 그 시대를 견디느라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한 사람이다. 딸은 주체적이지만, 감정을 다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 둘 사이에는 말보다 더 많은 ‘사이’가 존재한다.

김혜진 작가는 감정을 소리 지르지 않고, 조용히 바닥까지 끌어내려 보여준다. 나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딸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문을 닫지 않는다. 그 조용한 열린 문 하나가, 이 책의 모든 정답이다.

『딸에 대하여』는 여성 서사이자, 퀴어 서사이며, 동시에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의 이해와 회복의 서사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그 용기를, 말없이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