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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30.

줄거리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그 잔혹한 역사의 한복판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뉴스나 다큐처럼 ‘광주’라는 사건을 정면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 있었던 단 한 사람, 소년 ‘동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동호는 친구 정대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도청 안으로 들어간다. 시신을 확인하던 순간부터, 그의 세계는 조금씩 무너져내린다. 하지만 소설은 그의 시선에서 멈추지 않는다. 동호를 중심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 선생님, 인쇄소 사장, 시민군, 외국어 교사, 생존자 등 – 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들의 삶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그날’ 이후에 무언가를 잃었고, 여전히 그날의 그림자 속을 걷고 있다. 말할 수 없는 고통, 침묵이 강요된 시대, 그리고 그 침묵조차 지켜지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이 소설은 그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쓰였다.

중심 사건은 국가의 폭력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다. 한 명의 소년이 죽은 이후, 남겨진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게 이어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끝내 묻는다.
"우리는 이 고통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낼 것인가?"

등장인물

동호 – 열다섯 살 소년. 그는 정의감이나 정치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친구를 위해 그곳에 있었다. 그의 시선은 순수하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비극을 품고 있다. 동호는 이 소설의 정서적 핵심이자, 가장 무력하지만 가장 강한 존재로 남는다.

정대 – 동호의 친구. 그는 이미 이야기의 시작에서 죽은 존재지만, 그 존재는 내내 이야기 안에 흐른다. 정대는 ‘죽은 자’로 끝나지 않는다. 모든 이의 기억 안에서 살아 있는 인물이다.

인쇄소 사장, 시민군, 생존 교사, 수용소 생존자 – 이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기억을 숨기고, 어떤 이는 기록하려 한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으로 지닌 감정은 말하지 못한 죄책감과 그날 이후의 침묵이다.

이 소설에는 ‘가해자’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존재한다. 그들의 침묵, 왜곡, 망각의 태도는 이야기 바깥에서 가장 크고 뚜렷한 공포로 작동한다.

감상평

『소년이 온다』는 단지 광주의 이야기, 1980년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폭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러나 그 취약함 속에서도 어떻게 존엄을 지켜내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한강의 문장은 차갑다. 그러나 그 차가움은 감정을 거부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감정을 ‘진짜’로 전달하기 위한 거리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수없이 멈췄다. 특히, 수용소 장면과 마지막 장은 한 줄, 한 단어가 날카로운 칼처럼 박혀왔다.

이 책을 읽는다는 건 고통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피하고 싶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고통.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눈물 나는 책이 아니다. 책임이 느껴지는 책이다.

한강은 이 책을 통해 질문한다.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겠습니까?”
“누구의 죽음을 말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도, 책을 덮은 이후에도 계속 남는다.

『소년이 온다』는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그 안을 통과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지워진 목소리를 복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문학의 윤리이자,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작은 실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