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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내성적인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7. 1.

줄거리

『지극히 내성적인』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말수 적고 눈에 띄지 않는 사람, 남 앞에서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중심에 놓는다.
주인공 ‘재희’는 그런 인물이다. 조용하고 예의 바르고, 늘 타인의 감정을 먼저 살핀다. 그는 혼잡한 도시에서 디자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늘 어딘가에 눌려 있는 감각을 안고 산다.

재희는 어느 날 ‘지나치게 외향적인’ 이웃을 만나고, 조금씩 자신의 세계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자신처럼 조용한 사람들, 내면의 소리를 외부로 내지르지 못해 오해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이야기에는 거대한 사건이 없다. 대신, 작고 사소한 감정들이 조심스레 쌓이고 흔들리며, 결국 서로를 향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 책의 힘은 그 사소함에 있다.
크게 웃지도, 크게 울지도 않지만, 조용한 문장이 마음 한구석을 오래 쓰다듬는다.

등장인물

재희 – 소설의 주인공. 타인의 말투, 표정, 분위기를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약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강해 보이기 싫은 사람, 그리고 조용한 방식으로 세상을 견디는 사람이다.
재희는 자신처럼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 안에서는 수없이 부서졌던 사람들을 만나며, 서서히 자기 내면의 언어를 갖게 된다.

주변 인물들 – 지나치게 명랑한 회사 동료, 혼자 살지만 고양이에게 모든 것을 쏟는 친구, 고요하지만 단단한 엄마, 아무 말 없이 마음을 내주는 연인 등.
이들은 모두 자기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격렬하진 않지만, 깊다. 그 관계들이 재희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 책의 인물들은 누구 하나 극단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더 현실적이고, 더 우리 같으며, 더 아프다.

감상평

『지극히 내성적인』은 처음엔 아주 조용한 책이다. 너무 조용해서 “이야기가 있는 건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 조용함 안에 상처와 위로, 고통과 회복이 조용히 겹쳐져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정세랑의 문장은 언제나 그렇듯 가볍지만, 그 가벼움은 진지한 주제를 덜어내기 위한 방식이지, 감정을 대충 다루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가볍고 환한 문장으로 가장 아픈 구석을 정확히 짚어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의 내성적인 부분들을 다시 마주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말 한마디에 오래 상처받았던 기억,
말하지 못하고 삼켜버린 감정들,
오래전에 놓쳐버린 어떤 친밀감들이 조용히 올라왔다.

『지극히 내성적인』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책이다.
크게 웃지 못해도, 열정적으로 외치지 않아도,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그래서 이 책은 위로라는 말이 식상해질 정도로,
정말 필요한 위로를 말 대신 시선과 기척으로 건네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