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우리는 오늘도 언니에게 가고 있다』는 세 자매의 이야기다.
화자는 둘째. 늘 어딘가 어정쩡한 자리에 있는 둘째는, 가족의 중심도 주변도 아닌 애매한 입장에 있다.
첫째 언니는 의젓하고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늘 무언가를 버티며 살아간다.
막내는 가장 자유로운 듯하지만, 속으로는 제일 불안한 감정을 품고 있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많은 것을 함께 겪어왔다.
그러나 다 큰 어른이 된 뒤에도, 삶이 조금만 힘들면 결국 ‘언니네 집’으로 향하게 된다.
이야기는 자극적인 사건 없이,
그저 세 자매가 만나 음식을 만들고, 빨래를 널고, 잔소리를 나누는 모습을 따라간다.
하지만 그 일상의 조각들 속에,
오래 묵은 감정, 말하지 못한 서운함,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유대감이 조금씩 녹아 있다.
결국 세 사람은 매번 같은 말과 다툼을 반복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등장인물
둘째 (화자) – 어릴 땐 착하고 순종적인 아이였고, 지금은 회사 생활에 지친 평범한 직장인이다.
가족 안에서는 늘 조율자 역할을 하며, 자신의 감정은 뒤로 미뤄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언니와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도 따뜻해지는 법을 배운다.
언니 – 첫째이자 가장 든든한 존재. 모든 걸 책임지고자 하는 태도 때문에 오히려 지쳐 있다.
그녀는 모든 걸 잘 해내지만,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고, 걱정받고 싶은 사람이다.
막내 –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엔 늘 인정받고 싶은 마음,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있다.
그녀는 가장 어린 듯하지만, 때로는 가족 중 누구보다 성숙한 시선을 보여준다.
감상평
『우리는 오늘도 언니에게 가고 있다』는
특별한 이야기 없이도 울림을 주는 드문 책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야기 속 인물들이 바로 우리 가족 같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가족 안에서 어정쩡한 자리에 있었던 기억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서운했던 순간,
돌려 말했지만 이해받지 못한 감정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함께 있는 사람들.
이 책은 그런 관계를 비난하지도, 이상화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작고 확실한 감정의 움직임을 포착해낸다.
최지혜 작가의 문장은 단정하고 고요하다.
무리한 감정 유도 없이, 담백한 말들로 독자의 마음을 흔든다.
그래서 오히려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이 오래도록 젖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언니 같은 존재’는 아니었는지,
또 누군가가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지를 돌아봤다.
“사랑한다는 말 없이도, 함께 밥을 먹고 웃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오늘도 언니에게 가고 있다』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사랑을 주는 방식이 달랐던 모든 사람들에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미처 꺼내지 못한 감정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주는 따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