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안은영은 평범한 고등학교의 보건교사다.
하지만 그녀에겐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바로 사람들의 감정, 기억, 상처가 젤리처럼 형상화된 모습들이다.
이 이상한 능력을 가진 그녀는 매일 교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덮치는 젤리 괴물들을 없애고,
학생들이 겪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을 제거한다.
그 과정에서 **한문 교사 ‘홍인표’**와 힘을 합쳐
학교라는 작은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한다.
은영의 세계는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왜냐하면 그 젤리들은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상처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
안은영 – 보건교사이자,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젤리를 볼 수 있는 사람.
특별한 무기는 형광칼과 비비탄 총.
겉보기엔 엉뚱하고 밝지만, 그 안에는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은영은 이 능력을 타고났지만, 기꺼이 그것을 '일'로 삼아 살아간다.
홍인표 – 한문 교사이자 은영의 든든한 동료.
특별한 기를 지닌 집안에서 태어나, 은영의 능력을 보완하는 존재가 된다.
그는 매우 이성적이고, 말수가 적지만,
서서히 은영에게 마음을 열고 그녀의 세계를 이해하려 한다.
학생들 – 젤리에 물든 존재들, 혹은 상처를 감추고 있는 이들.
작가 정세랑은 이들을 통해 현대 사회가 놓치고 있는 작은 감정들을 보여준다.
모두가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소중한 세계의 일부다.
감상평
『보건교사 안은영』은
처음엔 유쾌하고 기묘한 이야기처럼 시작된다.
하지만 몇 장 넘기다 보면 알게 된다.
이 소설은 **"보이지 않는 상처를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은영은 말하지 않는다.
설득하거나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냥 묵묵히 그 상처를 쓸고, 닦고, 치워준다.
그리고 다음 날도 똑같이 학교에 출근한다.
그 모습이 너무 뭉클해서, 나는 몇 번이고 마음이 벅차올랐다.
정세랑의 문장은 유쾌하고, 영리하며, 따뜻하다.
삶의 이상함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으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를 조용히 제안한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상처 많은 세상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그게 직업이든, 관계든, 존재 자체든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가끔은, 웃는 얼굴로 괴물들을 물리치는 사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