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동명의 타이틀 작품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수십 년 전 지구에서 나간 딸을 찾아 우주로 향하는 엄마 ‘한나’의 이야기다.
한나는 그동안 연구윤리 문제로 연구에서 배제되어 있던 과학자였고,
지구를 떠나면서 연락이 끊긴 딸 ‘리아’를 찾아
우주 식민지를 하나씩 방문하며 흔적을 쫓는다.
빛보다 느린 속도로,
한 번의 여행에 몇십 년이 흐르는 우주에서
‘한나’는 딸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그 길의 끝에서, 딸과 직접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녀는 조용히 그 마지막을 향해 나아간다.
등장인물
한나 – 모든 것을 걸고 딸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 어머니.
지구에서의 삶은 실패에 가까웠고,
과학자로서도, 엄마로서도 많은 것을 놓쳤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딸의 삶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리아 –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엄마의 기억과 주변의 기록을 통해 존재가 재구성된다.
그녀는 엄마와의 거리, 지구와의 거리,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거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다른 등장 인물들 – 한나가 방문하는 행성마다 마주하는 사람들.
그들 또한 자신만의 고독과 선택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들은 우주라는 배경을 통해 오히려 더 현실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감상평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를 빌려온
가장 감성적인 가족 이야기다.
정작 빛의 속도로는 갈 수 없고,
단 한 번의 이동으로 몇십 년이 흘러버리는 이 세계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연결을 꿈꾼다.
사랑하고, 후회하고, 이해하고 싶어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가까이 있으면서도 끝내 다가서지 못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이 내게 남긴 말 없는 감정들,
그리고 내가 끝내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
김초엽 작가는
‘연결’이라는 감정을
너무 과하지 않게,
그저 한 사람의 조용한 고백처럼 써 내려간다.
“빛의 속도로 갈 수 없어도,
그 마음만은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결국 닿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조용하고도 강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