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30대 중반의 ‘민사린’은 결혼을 하면서 ‘며느리’라는 새로운 역할을 얻게 된다.
그리고 곧 깨닫는다.
결혼은 단순히 두 사람의 일이 아니라,
양가 가족, 집안의 규칙, 암묵적 기대까지 모두 포함된 세계라는 것을.
시댁에 인사를 드릴 때의 불편한 긴장,
명절마다 돌아오는 ‘며느리로서의 의무’,
무심한 남편의 반응까지.
사린은 조용히 그 모든 걸 견디려 하지만,
점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나는 왜 이 역할을 받아들였을까’로 이어진다.
이야기는 특별한 반전 없이도,
현실적이기에 더 진하고 서글픈 감정들로 독자의 마음을 잡아끈다.
등장인물
민사린 – 주인공.
결혼을 하며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지만,
그 역할이 점점 자신을 소외시킨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사린은 자신의 감정과 입장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간다.
무구영 – 사린의 남편.
착하고 무해해 보이지만,
그만큼 현실에 무심하고 기존 질서를 ‘그냥 그런 것’이라 여긴다.
시어머니 – 대놓고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기준을 며느리에게 고스란히 기대한다.
이 책의 인물들은 모두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며,
그렇기에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감상평
『며느라기』는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 보면 종종 한숨이 나올 정도로 현실적이다.
사린이 겪는 갈등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익숙한 관성 속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들이다.
그래서 사린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내면에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혼자라는 건
단지 물리적인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지켜야 할 때마다 느끼는 정서적 고립감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수신지 작가는
묘하게 웃긴 순간,
말로 표현되지 않는 답답함,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주 작은 용기를
정제된 그림과 말 없는 칸 사이에 섬세하게 담아낸다.
“나를 위한 선택이 누군가에겐 불편한 일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이제 조금씩 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며느라기』는
결혼과 가족이라는 구조 안에서
‘그냥 참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에게
참지 않아도 된다는 감정의 이름을 붙여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