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이 책은 뚜렷한 줄거리보다는
서로에게 익숙했던 사람과 점점 멀어지며 생긴 감정의 기록이다.
함께 걷던 길,
가볍게 건네던 인사,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됐던 사이.
그 관계들은 시간이 흐르며,
말을 아끼게 되고,
조심하게 되고,
결국에는 점점 연락이 뜸해진다.
최지은 작가는
그 모든 순간이 아프지만 부끄럽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멀어진 관계 속에서
**“나 역시 누군가의 조심스러운 대상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화자(나) – 과거의 관계들을 천천히 떠올리며,
그 안에서 자신의 감정, 실수, 거리감의 이유를 하나씩 짚어본다.
누구를 탓하지 않고,
그저 관계의 변화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감정의 정리를 시도하는 사람이다.
지나간 친구들, 연인, 가족 –
크게 등장하지 않지만,
짧은 장면이나 대화 속에서 깊은 감정을 남긴 존재들로 묘사된다.
이들은 더 이상 화자와 함께 걷지 않지만,
마음속 어디엔가 여전히 살아 있는 인물들이다.
감상평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말 그대로 ‘조심스러운 감정’들로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은 화려한 결말이나 명확한 교훈을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살면서 무심코 지나친 감정의 순간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멀어진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사과하지 못했고,
그들과 끝까지 대화하지 못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진심이었다는 마음을
이 책은 대변해주었다.
최지은 작가의 문장은
속삭이듯 낮고 잔잔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놓쳤던 감정들을 다시 꺼낼 수 있는 용기가 담겨 있다.
“우리는 서로를 좋아했지만,
좋아해서 조심했고,
그래서 결국 조금씩 멀어졌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관계에 대해 서툴렀던 모든 날들을
책이라는 공간에서 천천히 풀어볼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조용하고 정직한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