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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식물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by 새정보나라 2025. 7. 11.

줄거리

『아무튼, 식물』은 식물과 함께하는 일상을 기록한 산문이자, 식물을 통해 자신을 이해해가는 사람의 내밀한 고백에 가깝다. 이 책에서 식물은 단순한 장식이나 생활의 일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식물, 그리고 그 존재와 조용히 동행하려는 사람의 태도가 주인공이 된다. 저자 김장성은 다양한 식물과 함께한 날들을 천천히, 반복해서 되짚는다. 처음엔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되었고, 이따금 충동구매로 데려온 화분들이 어느 순간 삶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다. 하루의 시작과 끝, 창밖의 빛과 바람, 계절의 변화는 모두 식물의 기분에 따라 재구성된다. 식물은 아무 말 없이 자라고, 멈추고, 시들고, 다시 피어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인간관계에서는 얻기 어려운 솔직한 교감을 느낀다.

책은 특정한 이야기나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저자의 마음 안에서 파생된 경험과 기억들을 식물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본다. 그래서 이 책은 식물 키우는 방법을 설명하는 실용서가 아니라, 식물을 통해 나를 키우는 태도에 관한 산문이다. 예를 들어, 물을 주는 행위 하나에도 ‘언제’, ‘얼마나’, ‘어떻게’를 고민하게 되고, 그 고민 속에는 내 마음의 상태도 함께 비친다. 또 어떤 식물은 한 시기의 감정을 담고 있어 이별처럼 느껴지고, 또 다른 식물은 희망이나 안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의 연결은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의 조각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아무튼, 식물』은 식물을 키우는 행위 자체가 결국 내 삶을 천천히 이해하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등장인물

이 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말할 것도 없이 저자 자신이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내밀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관찰하고, 식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조심스레 들춰낸다. 『아무튼, 식물』에는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이름 없이 등장하지만, 그들보다 더 자주, 더 깊이 교감하는 존재는 ‘식물’이다. 작가는 식물의 상태를 관찰하고, 그 상태에 따라 자신의 컨디션과 감정을 투영한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감정이입이 아니라, 일상의 중심을 지탱해주는 진짜 관계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말한다. “식물은 나를 오해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이 말 한마디에서 그가 얼마나 인간관계에 지쳐 있었는지, 그리고 식물을 통해 회복하고 싶었는지가 드러난다.

이 책의 또 다른 인물은 다름 아닌 식물들이다. 이들은 종류나 이름보다 ‘기억되는 방식’으로 등장한다. 어떤 식물은 처음 자취를 시작하며 들여온 화분이고, 어떤 식물은 고비 끝에 살려낸 존재로 남는다. 식물은 생물학적으로는 단순할지 몰라도, 이 책 속에서는 아주 다양한 감정의 층위를 가진 인물처럼 행동한다. 병들었다가도 다시 회복하고, 꽃을 피우고, 때론 이유 없이 시들기도 한다. 이 변화들은 저자의 내면 풍경과 묘하게 닮아 있다. 작가는 식물에게 말을 건네기도 하고, 침묵으로 기다리기도 하며, 마치 연인처럼, 때론 아기처럼 돌본다. 그리고 그 모든 관계는 강요가 없고, 계산이 없으며, 그 자체로 안정적이다. 『아무튼, 식물』의 인물들은 조용하지만 강한 방식으로 독자의 마음에 스며든다.


감상평

『아무튼, 식물』을 읽고 난 뒤, 나는 자연스럽게 창밖의 작은 나무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평소라면 스쳐 지나갔을 그 초록 잎 하나하나가 유난히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존재들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식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따뜻하고 조용한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배웠다. 저자가 식물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단지 ‘예쁘다’나 ‘힐링된다’ 같은 감상이 아니다. 오히려 식물과 함께하며 겪은 슬픔, 외로움, 미련, 희망 같은 감정들을 아주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 감정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게 만들고, 나 또한 식물과 함께할 수 있겠다는 작고 단단한 용기를 불어넣는다.

책을 덮고 나면 ‘식물을 키운다’는 말의 무게가 바뀐다. 그것은 단순히 살아 있는 무언가를 돌보는 일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다르게 설정하는 일이다. 식물은 조급함을 모른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도 자란다. 그런 존재와 함께하는 삶은 무언가를 빨리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방식이 된다. 나는 『아무튼, 식물』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조금 더 유연해졌다. 실패해도 괜찮고, 느려도 괜찮고, 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그 마음은 요란한 응원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꼭 필요한 따뜻한 다짐이었다. 김장성 작가의 글은 나직하고 담백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깊고 길게 남는다. 이 책은 결국 식물에 대한 책이 아니라, 식물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나를 알아가는 사람에 대한 책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조용히 다정했고,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