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모든 요일의 기록』은 작가 김민철이 오랜 시간 동안 일과 일상, 관계와 감정 사이에서 경험한 순간들을 기록한 산문집이다. 이 책은 특별한 사건이나 기승전결을 따라가기보다는, 하루하루 쌓여가는 ‘보통의 시간들’을 어떻게 대면하고 살아냈는지에 대한 고백처럼 읽힌다. 작가는 광고회사에서의 고된 일과, 그 안에서의 혼란과 성장, 그리고 퇴사 이후 자신의 감정을 정리해가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용히 그려낸다. ‘일요일은 무슨 요일이어야 할까’, ‘월요일의 출근길은 왜 늘 무거울까’, ‘수요일은 정말 견디는 날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그는 독자에게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건넨다.
책은 요일별로 구성되어 있다. 각 요일은 그저 날짜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감정의 상태이자 삶의 리듬을 상징한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아주 사소한 감정들, 예를 들어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막막함, 금요일 오후의 안도감, 토요일 밤의 허전함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기록해낸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의 일주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감정 지도처럼 느껴진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치고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모든 요일의 기록』은 “당신의 그런 감정, 이상한 게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복잡한 인생의 해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감정을 묵살하지 않고, 일상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태도를 보여준다. 하루하루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보듬을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모든 요일의 기록』은 그런 태도의 힘을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등장인물
이 책의 주인공은 철저하게 ‘작가 자신’이다. 작가는 광고회사에서 16년 넘게 일하며 쌓아온 수많은 경험과 감정을 기반으로, 일과 사람, 관계와 기억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낸다. 특별히 이름 있는 등장인물은 없지만, 책 전체를 읽다 보면 그의 직장 동료들, 친구들,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가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이 인물들은 때로는 큰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작가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관계도 흑백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작가는 언제나 상대를 이해하려 하고, 무엇보다 그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방식을 택한다.
등장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존재는 바로 ‘요일’들이다. 월요일은 견뎌야 할 하루, 수요일은 버티는 날, 금요일은 스스로를 칭찬해줘야 할 순간처럼 의인화된 요일들은 이 책 전체의 정서적 배경을 이룬다. 이 요일들은 단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단위가 아니라, 감정과 연결된 상징이 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각 요일마다 반복해서 떠오르는 감정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책에는 등장하지 않는 수많은 독자들이 또 하나의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의 고백은 다분히 개인적이지만, 독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그 안에 자연스럽게 이입하며 읽는다. 그래서 등장인물은 오히려 ‘우리’다. 누구나 한 번쯤 월요일을 두려워했고, 일요일 저녁이 불안했던 기억이 있기에 이 책은 모든 이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감상평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책을 덮고, 내 일주일을 떠올렸다.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감정들, “괜찮아”라고 넘겨버렸던 순간들이 자꾸만 떠오르고, 그 모든 시간들이 다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 책은 화려하지 않다. 위대한 성취도, 드라마틱한 전환도 없다. 하지만 그 대신 잊기 쉬운 감정을 붙잡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작가 김민철의 글은 격하지 않지만 깊다. 마치 친한 친구가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 안의 마음을 두드린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다. 슬펐던 날은 그냥 슬펐다고 말하고, 혼란스러웠던 순간은 그 혼란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그 솔직함 덕분에 독자는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왜 이 정도로 힘들까’ 하고 자책하던 마음들이 ‘그럴 수 있지’라는 이해로 바뀌는 것이다. 『모든 요일의 기록』은 감정의 허용치를 넓혀주는 책이다. 우리 모두가 ‘그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은 지나가면서도 남는다는 것, 그것이 삶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말없이 전해준다.
또한 작가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따뜻하다. 일상 언어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한 문장 한 문장에 애정을 담는다. 덕분에 이 책은 쉽게 읽히면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다 읽고 나면 어느 요일에 이 책을 처음 펼쳤는지까지 기억나게 될 정도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깊게 남는다. 『모든 요일의 기록』은 바쁘고 건조한 삶 속에서도 감정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매일매일을 사는 당신에게, 이 책은 조용한 응원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