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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by 새정보나라 2025. 7. 11.

줄거리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는 정신과 전문의 김혜남이 오랜 시간 진료실에서 마주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마음과 마주한 자신의 고백을 담은 책이다. 삶에 지쳐 가는 사람들, 이유 없는 우울에 잠식된 사람들, 상처받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 저자는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한 성급한 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다만 그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아주 조용히 말 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책의 구조는 일관된 흐름보다는, 각각의 장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사람들과 나눈 대화, 그리고 그 안에서 저자가 느낀 감정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한 장 한 장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흘러가지만, 정작 마음은 퍽퍽할 때가 있다. 김혜남은 그때 우리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말을 누군가 건네줬다면 조금은 나아졌을지를 담담하게 짚어준다.

책 제목 그대로,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대신해준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붙이며 살아온 우리에게, 때로는 멈추고 쉬는 것도 하나의 용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서 이 책은 명확한 해답보다, 삶을 잠시 멈추고 들여다보게 만드는 일종의 ‘쉼표’ 같은 책이다. 하루 끝에 조용히 펼쳐 읽으면, 비로소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등장인물

이 책은 명확한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실제 환자들이다. 직장과 가족 사이에서 지쳐버린 중년의 가장, 이별 이후 깊은 우울에 빠진 젊은 여성, 학업에 대한 부담감에 자존감이 바닥난 청소년, 누군가의 인정 없이는 스스로를 증명할 수 없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익명으로 등장하지만, 그 감정의 결은 너무나도 생생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는 등장인물에게 자신의 얼굴을 겹쳐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마주하는 또 하나의 인물은 저자 김혜남 자신이다. 그는 단순히 상담하는 의사의 시점이 아니라, 때론 무기력함에 스스로도 빠져버리는 인간 김혜남의 입장으로 말한다. 그는 진료실 밖에서도 사람들과 부딪히고, 삶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그렇기에 그의 글에는 이중의 감정이 있다. 상담자이면서 동시에 상처받는 당사자이기도 한 복합적인 태도. 그 솔직함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은 화려하거나 독특하지 않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고, 바로 우리의 이웃이며 나 자신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단순한 감정 상담 기록이 아닌, 관계 안에서 마모되어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김혜남은 그 사람들을 단순히 진단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감정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인간의 연약함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감정적으로 가장 조용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큰 위로를 주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감상평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를 읽는 동안, 여러 번 멈춰서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 책은 어느 특정한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직장인에게도, 학생에게도, 주부에게도, 또 자영업자에게도 각자의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왜냐하면 ‘쉬고 싶다’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감정을 감히 말로 꺼내지 못한다. 쉬고 싶다고 하면 게으른 것 같고, 멈추겠다고 하면 약해진 것 같기 때문이다. 김혜남은 이 책을 통해 그러한 두려움을 아주 천천히 녹여낸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쉬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일을 하는 법, 참는 법, 견디는 법은 배우지만, 쉬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 그래서 막상 쉬려고 할 때에도 마음은 불안하고, 쉼은 죄책감으로 번지기 쉽다.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는 그런 우리에게 ‘쉬는 연습’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연습은 누군가의 허락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감상적으로도 이 책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지나친 위로나 감정적인 과장은 없다. 오히려 그 절제가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감정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딱 지금의 나에게 맞는 온도로 마음을 감싸준다. 어떤 날은 고단한 하루 끝에 그냥 누워서 한 장만 읽고 싶을 정도로, 이 책은 일상의 피로를 해독해주는 글이다.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는 나에게 “지금 이 상태도 괜찮다”고 처음으로 말해준 책이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무엇보다 지금 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꼭 건네고 싶다. 우리가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는 걸, 이 책은 작지만 확실하게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조금 더 자신에게 다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