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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by 새정보나라 2025. 7. 12.

줄거리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애니커 잉그램이 쓴 자전적 에세이다. 그녀는 한 순간의 뇌졸중으로 인해 삶 전체가 바뀌는 경험을 한다. 이 책은 그 극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하지만, 단순히 병을 이겨낸 이야기 이상을 담고 있다. 작가는 뇌졸중이라는 갑작스러운 신체적 위기와 그 후유증을 통해 자아의 본질, 인간 관계,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제목처럼, 그녀는 실제로 자신이 죽었다고 믿었던 그 순간부터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뇌졸중 이후의 시간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재구성과 재탄생의 과정이다. 언어를 잃고, 기억이 뒤섞이며,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 그녀는 단순한 말 한마디, 가족의 손길, 자신이 좋아했던 사소한 일상들조차 새롭게 마주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이 전쟁이었다. 병상에서의 불안과 혼돈, 의료진과의 소통 실패, 가족의 당황스러움, 회복의 느릿한 속도는 독자에게 단지 '힘든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일상에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다가온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병의 증상이나 치료 경과만을 서술하지 않는다. 오히려 뇌졸중 이후 느껴지는 모멸감, 수치심, 무력감과 싸우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어떻게 회복해나가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살아 있는 나’와 ‘예전의 나’ 사이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결국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선택한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는 의학적 체험기이자, 인간의 회복과 수용에 관한 이야기이며, 삶의 연약함 속에서 피어나는 강인함에 대한 책이다.

등장인물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 애니커 잉그램 자신이다. 그녀는 단순한 환자의 시점이 아니라, 철저히 자아를 해체당한 이후에 다시 자신을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치유자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병을 이겨냈다고 표현할 때, 그 ‘이김’이란 것이 실제로 무엇인지에 대해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매우 솔직하게 묻는다. 뇌졸중은 그녀에게서 언어 능력, 사고의 명료함, 감정의 균형을 앗아갔다. 그 순간부터 그녀는 ‘이전의 나’를 상실한 존재로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실의 시간을 통해 ‘진짜 나’를 더 깊이 만나게 된다.

가족들 역시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특히 그녀의 남편과 아이들은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의 입장에서 책 속에 섬세하게 그려진다. 그들은 당황하고, 두려워하고, 때로는 분노한다. 환자를 간호한다는 일은 단순한 헌신이 아니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오가는 일이라는 점을 이 책은 솔직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가족의 고통 또한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겪는 혼란을 감싸 안으며, 서로가 어떻게 회복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모색한다.

또한 의료진 역시 중요한 인물군이다. 전문성과 냉정함으로 무장한 그들은 때때로 주인공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고, 어떤 이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 환자의 마음을 열게 한다. 특히 그녀의 재활을 담당한 물리치료사와 언어치료사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닌 ‘회복의 동반자’로 묘사된다. 그들은 환자의 통증을 다루는 것만큼이나, 환자의 존엄을 지켜주는 데 헌신한다. 이처럼 책 속 인물들은 모두 다층적인 감정을 지닌 존재로 등장하며, 독자로 하여금 '병의 시간'이 단지 환자만의 시간이 아님을 느끼게 만든다.

감상평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를 읽는 내내 마음이 여러 번 조여들었다. 흔히 병은 피하고 싶은 일이고, 건강한 우리는 그것을 삶 바깥의 일로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거리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저자의 경험은 너무나 생생하고 직접적이어서, 내가 마치 그 병실의 환자인 듯, 혹은 그 옆에 앉아 있는 보호자인 듯 느껴진다. 고통과 회복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연약함과 품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녀가 자신의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이 문장을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눈물이 필요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예전의 나를 기준 삼아 현재의 나를 재단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기준을 스스로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거기엔 체념이 아닌 선택이 있다. 과거의 나를 기억하지만,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용기. 그것이 이 책의 가장 깊은 울림이었다.

문장도 탁월하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결코 흐리게 하지 않는다. 저자는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고통을 말하고, 동시에 조용한 회복의 희망을 쓴다. 그래서 이 책은 다 읽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특히 지금 몸이 아프지 않더라도, 내 주변에 누군가가 지쳐 있거나, 혹은 내 마음이 어딘가 부서져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건네야 할 위로가 된다. 그 위로는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 대신, “나는 너의 고통을 이해해”라는 속삭임이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는 단지 병을 극복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고,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여정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고통 앞에서도 자기를 지키는 사람의 품격을 보았고, 동시에 내가 어떻게 나를 더 다정하게 대할 수 있을지를 배웠다. 이 책은 회복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에서 ‘자기 수용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