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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by 새정보나라 2025. 7. 16.

줄거리

『달까지 가자』는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구조와 그 속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 좌절, 우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IT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얽힌 현실적인 직장 사회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각자의 이유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뜻밖의 기회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기회는 ‘가난’이라는 감옥 안에서 오래도록 갇혀 있었던 이들에게 처음으로 ‘탈출’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주인공 ‘나’는 대기업 협력사의 직원으로, 명확한 경력 상승도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에 가깝다. 업무는 반복되고, 갑질은 일상이고, 희망은 점점 흐려진다. 어느 날,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동료 선영은 수상한 제안을 한다. 이른바 ‘코인’을 사자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의심도 많았지만,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주인공과 동료들은 점점 ‘투자’에 빠져들고, 일상은 빠르게 요동친다.

투자는 곧 도박처럼 변해간다. 누구는 수익을 얻고, 누구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양심의 경계에 흔들린다. 그 속에서 이들은 삶을 바꿔보고 싶은 간절한 욕망과, 세상이 만들어 놓은 구조적인 불공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게 된다. 하지만 『달까지 가자』는 이 과정을 절망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청년들이 서로에게 기대고, 위로하며, 때로는 싸우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묘한 연대의 감정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들은 큰돈을 벌게 되고, 그 돈이 인생을 완전히 바꿔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으며, 각자 감당해야 할 몫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소설은 한 방의 반전을 주거나 극적인 결말로 몰아가지 않는다. 대신, 현실적인 질문을 끝까지 유지한 채, 독자로 하여금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는 왜 이토록 벗어나고 싶어 하는가?’, ‘벗어난 뒤에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등장인물

이야기의 중심에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나’, 즉 화자가 있다. 그녀는 평범한 30대 여성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직장 생활과 애매한 관계들 사이에서 허덕인다. 꿈도 희망도 없이 버티고 있던 그녀에게 ‘선영’의 제안은 처음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줄 수 있는 기회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그녀는 철저하게 현실적이다. 리스크를 계산하고, 인간관계를 고려하며, 끝까지 ‘선택’을 고민한다. 이 인물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에 빠지지 않는 균형감이다. 그래서 더더욱 독자와 가까운,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선영은 이 소설의 ‘엔진’ 같은 인물이다. 그녀는 언제나 무언가에 도전하고, 현실을 바꾸려는 에너지를 가진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는 결국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코인 투자라는 방법을 선택하고, 주인공에게 함께하자고 말한다. 선영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녀는 계산적이면서도 의외로 감정에 취약하고, 강인해 보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면모도 있다. 이 입체적인 면모는 그녀를 단순한 ‘투자 권유자’가 아닌, 깊은 사연을 가진 현실적 인물로 만든다.

이외에도 선영과 주인공이 속한 회사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최대리는 상사이지만 별다른 권력도 없고, 책임도 회피하며 무책임하게 행동한다. 팀장은 위선적이고, 대표는 직원들을 ‘리소스’로만 바라본다. 이들은 직장 내 구조적인 위계와 불합리를 보여주는 장치 역할을 하며, 독자에게 분노와 회의감을 동시에 일으킨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사이에도 의외로 작은 연대가 싹트기도 한다. 그런 감정은 선영, 주인공, 그리고 몇몇 동료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이 소설은 결국 인물이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인물이 어떻게 바뀌는가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단순한 플롯의 도구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감정을 옮긴 거울처럼 작용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욕망, 충돌, 연대, 그리고 무너짐은 모두 현대 청년의 초상에 다름 아니다.

감상평

『달까지 가자』는 제목만 보면 무언가 낭만적이고 모험적인 이야기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이 작품은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 그리고 그 현실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장류진은 『달까지 가자』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너무도 생생하게 전해준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문득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만큼 이야기는 현실을 닮았고, 인물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건 ‘돈’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많은 소설이 돈을 다루지만, 이 소설처럼 돈에 대한 이해체념, 갈망윤리 사이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품은 드물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벌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삶을 바꾸고 싶고, 억울하지 않게 살고 싶고, 부모보다 나은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욕망이 아니라, 생존에 가까운 열망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간극을 절묘하게 포착해낸다.

또한 이 작품은 우정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친구와 함께 성공할 수 있을까? 돈이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선영과 주인공의 관계는 단순한 동업이 아니라, 감정의 롤러코스터다. 나는 그들의 대화 속에서 수많은 진심과 오해, 믿음과 불신을 동시에 느꼈고,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달까지 가자』는 세련된 문장과 빠른 전개로 독자를 몰입시키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쉽게 말하지 못했던 고민과 두려움이 녹아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좌절보다는 연대, 불안보다는 희망을 택한다. 삶이 끝없이 불공평하더라도, 그 안에서 누군가와 손을 잡고 함께 견뎌내는 것이야말로 진짜 ‘달까지 가는 길’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조용하고 강한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