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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by 새정보나라 2025. 7. 16.

줄거리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황영미 작가가 쓴 청소년 성장소설로, 사춘기 시절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지키고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담은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반 아이들의 따돌림을 받게 된 중학생 주인공 ‘김보미’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평범하게 중학교 생활을 이어가던 보미는, ‘체리새우’라는 닉네임으로 운영되던 익명의 학교 게시판에 누군가가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면서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 글은 짧았지만 강렬했고, 무엇보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실 여부보다 ‘재미’에 반응했고, 보미는 설명할 기회조차 없이 교실에서 투명인간이 된다. 이전까지 친구라고 믿었던 아이들조차 어느 순간 말을 걸지 않게 되고, 선생님들조차 명확하게 도와주지 않는다. 점점 좁아지는 교실 안에서 보미는 극심한 불안과 외로움 속에 빠지지만, 이야기는 그녀가 그곳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보미는 ‘진짜 친구’를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도서부에서 만난 ‘지수’와 ‘가람’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고 깊은 우정을 쌓아간다. 보미는 자신에게 닥친 사건을 그저 피하지 않고, 스스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한다.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친구들과 진짜 관계를 만들어 가며 성장해 나간다.

이야기 후반부에서는 체리새우 글의 작성자와의 진실이 드러나지만, 이 책의 핵심은 복수나 반격이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왜 우리는 타인을 쉽게 공격할 수 있는가’, ‘무엇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가’ 같은 깊은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그렇게 한 소녀의 시련과 회복을 통해, 독자에게도 마음 깊이 파고드는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등장인물

이 소설의 중심 인물인 김보미는 중학교 2학년, 평범하면서도 내면의 감정이 풍부한 소녀다. 처음에는 활달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는 ‘그저 그런’ 아이였지만, 체리새우 사건을 계기로 교실 안의 질서가 자신을 향해 날을 세우는 걸 경험하게 된다. 그녀는 그 충격에 무너지기도 하고, 한동안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두려움에 떤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녀가 그 속에서 서서히 자기 자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다. 보미는 단순히 당하고 끝나는 인물이 아니라, 아주 작고 조심스럽게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인물이다. 그녀의 성장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나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준다.

지수는 보미가 도서부에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친구로,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이다. 말수도 적고, 언제나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한 아이다. 하지만 그녀는 남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며, 조용히 주변을 지켜볼 줄 아는 인물이다. 보미와 점차 가까워지며 자신이 받은 상처도 조금씩 드러내고, 서로를 통해 위로받는다. 지수는 강하지 않지만 단단한 인물로, 독자에게 어떤 ‘고요한 믿음’ 같은 감정을 전달한다.

가람은 도서부 부장이자, 보미와 지수를 묵묵히 이끄는 언니 같은 존재다. 그녀는 처음부터 따뜻한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가람은 교실 바깥의 질서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며, 보미가 회복하는 데 중요한 기폭제가 된다. 그녀는 단순히 보조 캐릭터가 아니라, 교실이라는 작은 세계 바깥에 ‘다른 질서’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반면, 체리새우 글의 작성자인 유나는 전형적인 ‘가해자’라기보다, 자신도 인정받고 싶었던 불안정한 아이로 그려진다. 유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중심에 있고 싶어 했고, 그것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 소설은 그녀를 단순히 악역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작가는 그마저도 이해의 대상으로 확장해 간다.

이처럼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의 인물들은 각기 다른 상처와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관계는 단선적이지 않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은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심을 더욱 진하게 만든다.

감상평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를 읽는 동안, 나는 자꾸만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됐다. 그 시절, 나 역시 누군가의 시선에 휘둘렸고, 어딘가에 속하기 위해 애썼으며, 때로는 조용히 상처받았다. 그래서 김보미의 이야기는 단지 보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춘기’ 같았다. 작가는 그 시절의 불완전함을 너무도 정확하게 짚어낸다. 사소한 말 한마디, 웃음, 침묵 하나하나가 관계를 결정짓고, 한 번의 무시에 누군가는 무너진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잊지 않고 말해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소설이 회복을 말하는 방식이었다. 보통의 청소년 소설처럼 교훈을 앞세우거나 갑작스러운 화해로 문제를 덮지 않는다. 대신, 보미가 자기 속도대로 자신을 회복하고, 진짜 친구를 발견하며,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이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더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완벽한 용서나 마법 같은 전환은 없다. 하지만 작고 단단한 변화가 분명히 있다. 나는 그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체리새우라는 익명의 이름은 이 소설 전체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름을 숨긴다는 것은 보호이자 공격이기도 하며, 그것은 오늘날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그림자 같은 존재다. 작가는 이 익명성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그에 대한 대응을 차분하게 다룬다. 무엇보다 그 속에서도 여전히 누군가는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지수와 가람처럼 말이다—그 점이 큰 위로였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전혀 가볍지 않다. 오히려 어른이기에 더 절절하게 와 닿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나온 그 시절을 너무 쉽게 잊고, 지금의 아이들을 ‘요즘 애들’이라며 쉽게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누구나 그런 시기를 지나왔고, 지금도 누군가는 그 안에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