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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by 새정보나라 2025. 7. 23.

줄거리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스웨덴 출신 수도승이자 전직 코미디언인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가 쓴 에세이로, 삶과 죽음, 관계, 집착, 용서에 대한 사유가 담긴 고요하고도 깊은 이야기이다. 그는 한때 잘나가는 경제학자였고 코미디언이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태국 숲속의 수도원에서 17년간 수도승으로 지냈다. 이후 세속으로 돌아와 다시 삶을 살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자신에게 남은 삶을 정리하며 써 내려간 이 책은 그 자체로 삶의 철학이자 존재에 대한 진실한 탐구이다.

책은 어떤 연대기적인 순서나 사건 중심의 서사가 아닌, 그가 삶 속에서 마주한 크고 작은 순간에 대해 사유한 내용을 독자에게 이야기하듯 전하는 방식이다. 수도승이 되기 전, 그는 명문대를 나와 번듯한 커리어를 가졌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다. 그러다 문득 모든 걸 멈추고 떠나기로 결심했고, 자신을 낯선 곳으로 데려갔다. 수도원에서의 일상은 단순함의 연속이었다. 규칙적인 기도, 묵언, 수행, 청소,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고요한 내면의 목소리.

그는 수도원에서 “나는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수행자들이 얼마나 자주 되뇌는지 이야기한다. 이 한 문장은 자신의 옳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타인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열쇠라고 했다. 이후 세속으로 돌아온 그는 삶을 조금은 다르게 살아간다. 하지만 마흔 중반, 루게릭병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진단을 받고, 점차 몸이 굳어가면서 그는 다시 깊은 사유로 들어간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의 몸에 벌어지는 일들에 화를 내기보다는, 그것조차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자 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사랑했던 이들, 가족과의 갈등, 삶에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결국에는 내려놓게 된 것들까지. 이 책은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질문과 함께 살아가는 자세를 알려준다. 이 모든 이야기는 부드러운 유머와 단단한 침묵 사이에서 잔잔하게 독자의 마음에 내려앉는다.

등장인물

이 책은 전통적인 소설처럼 다양한 등장인물이 주인공 주변에 배치된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진솔한 회고를 중심으로, 그가 만난 중요한 사람들 — 가족, 연인, 스승, 수행자, 친구들이 조각조각 등장하며 이야기의 결을 만든다.

무엇보다 중심에 있는 인물은 단연코 저자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자신이다. 그는 단순한 회고자가 아니다.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을 성찰하며 독자에게 아주 조용하지만 깊은 방식으로 말을 건넨다. 그가 가진 특이한 이력 — 경제학자, 라디오 진행자, 수도승, ALS 환자 — 이 모든 것이 그의 말과 감정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그는 완벽하거나 위대한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자주 실수했는지, 얼마나 많이 두려워했는지를 솔직하게 밝힌다.

비욘은 수도원에서 만난 한 수행자의 조언,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바라봐라”라는 말을 평생 잊지 않는다. 그 수행자는 책 속에 잠깐 등장하지만, 그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은 인물이다. 또한, 그가 세속으로 돌아와 사랑에 빠졌던 연인, 죽음을 앞두고 주변을 정리할 때 그의 곁을 지켜준 친구들 역시 그의 사유를 더욱 깊게 만든다.

비욘의 가족 —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 — 역시 이 책에서 중요한 테마로 다뤄진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는 서먹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완전히 가까워지지 못했지만, 그는 끝까지 그 관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애쓴다. 이처럼 이 책의 등장인물은 많지 않지만, 모두 비욘이라는 인물을 구성하는 내면의 거울과도 같은 존재로서 기능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감상평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읽고 나는 꽤 오랫동안 말을 잃었다. 이 책은 삶을 바꿀 만한 큰 충격을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삶을 아주 조금, 단 1도만큼은 더 부드럽게, 더 넓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진심에서 비롯된 고요함’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책은 누군가의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함께 질문해주는 사람’ 같다. ‘나는 왜 이렇게 분노에 휩쓸릴까?’, ‘내가 옳다고 믿는 이 신념은 정말 옳은 걸까?’, ‘사랑을 놓아주는 건 실패일까, 용기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비욘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어떻게 생각했고, 그 생각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진솔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 방식이 너무나 겸손하고, 성숙하고, 인간적이라 독자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사람조차도, 들여다보면 삶의 한가운데에서 흔들리고 있다. 비욘은 자신의 약함을, 두려움을, 상처를 감추지 않고 말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조금은 웃으며 살아가자’고 말한다. 이 유쾌한 용기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며 가장 잃기 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게릭병에 걸리고 점점 말조차 하기 힘들어지면서도 그는 삶을 놓지 않았다. 무기력함과 불안 속에서도, 사람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여전히 웃으려 애쓰고, 글을 쓰려는 그의 태도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상태’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비욘은 ‘망가진 순간에도, 아니 망가졌기에 더 빛나는 삶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누군가의 조용한 고백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지 않았다. 하루에 한 장씩, 침묵을 곁들여 읽었다. 그리고 매일 한 줄씩, 내 안의 뭔가가 조금씩 가라앉고 정돈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말 그대로, 삶을 조금은 부드럽게 살아가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