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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좋은 이름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by 새정보나라 2025. 7. 24.

줄거리

『읽기 좋은 이름』은 박상영 작가의 산문집으로, 작가 개인의 정체성과 삶, 사랑과 실패, 사회와의 불화 속에서 길어 올린 진솔한 에세이 모음이다. 박상영 특유의 유쾌함과 냉소, 자기 고백적인 태도가 한껏 드러나는 책이자,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에 대해 말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책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작가가 살아온 삶의 조각들로, 그가 어떤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살아왔으며, 세상이 자신에게 붙여준 수많은 이름과 마주하며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를 들려준다. 특히 그는 퀴어 정체성을 지닌 작가로서, 한국 사회에서 겪어야 했던 불편함과 외로움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독자로 하여금 ‘이름 짓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책의 첫 장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이름에 얽힌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본인의 이름이 누군가의 기준에 따라 ‘발음이 이상하다’, ‘부르기 어렵다’고 평가받는 경험을 통해, 사회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규정하고 편견을 덧씌우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후 작가가 성장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차별, 연애, 출판계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SNS에서 자신을 드러낼 때 느끼는 고립감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이어진다.

작가는 유쾌하고 웃긴 이야기를 하다가도, 느닷없이 마음 깊은 곳을 찌르는 문장을 툭 던진다. 그것이 바로 박상영식 산문의 매력이다. 그는 고통스럽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비장하거나 처연하지 않다. 오히려 거리를 두고 자신을 돌아보는 듯한 태도가 오히려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읽기 좋은 이름』은 결국 ‘자기 자신을 어떻게 불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모인다. 그는 세상이 붙여준 이름 대신, 스스로가 기꺼이 선택한 이름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 여정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박상영은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그것을 걸어간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 역시 자기 삶에 대한 이름 하나를 조심스럽게 다시 붙여보게 된다.

등장인물

이 책에서 가장 뚜렷하게 부각되는 인물은 당연히 작가 박상영 자신이다. 소설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퀴어 남성으로서,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 그가 살아온 길, 겪어온 실패와 슬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무너지고 있었던 순간들, 그런 모든 것들이 등장인물로서의 박상영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그는 소위 ‘문단’에서 느낀 소외감, 퀴어 작가로서의 불편한 시선들, 친구 관계에서의 실망과 기대, SNS에서의 소모적인 자기 증명까지, 자신에게 가해진 이름들과 그 이름을 감내하며 살아간 경험을 하나하나 꺼내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는 독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공감과 유머를 섞어 ‘나도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듯 다가온다.

이 책에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작가의 삶 속에서 스쳐간 사람들이다. 오래 사귀었던 연인, 단칼에 차버린 썸남, 그의 성정체성을 의심했지만 애써 묻지 않던 가족들, 그를 문단에서 ‘퀴어 작가’로만 소비하려 했던 편집자들, 그리고 때로는 그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 했던 사회의 분위기. 이 모든 이들이 이름은 없지만, 분명한 인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인상적인 인물은 그의 전 연인이다. 그는 연애와 이별의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가장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상대방에게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자신을 숨기고, 동시에 상대방의 방식에 맞추려다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는 과정은 많은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감정일 것이다.

이 외에도, 책에는 ‘박상영’이라는 이름을 둘러싼 여러 모습의 박상영이 등장한다. 작가로서의 박상영, 친구 사이에서의 박상영, 연애에서의 박상영, 사회 속에서 감춰진 채 살아가는 박상영. 그 모두가 이 책의 등장인물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읽는 이마다 각자의 ‘이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인물들이 배경처럼 스며든다.

감상평

『읽기 좋은 이름』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사람의 인생을 곁에서 같이 걷는 느낌’이었다. 작가는 자신을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과하게 깎아내리지도 않으며, 아주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엄청난 용기다. 특히 퀴어 정체성을 가진 작가가 한국 사회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자주 웃었다. 박상영 특유의 재치와 유머 덕분이다. 그런데 웃고 난 뒤에는 반드시 여운이 따라왔다. 그 웃음 뒤에는 늘 슬픔, 혹은 외로움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읽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 순간이 이 책의 클라이맥스이자, 가장 찬란한 부분이다.

“읽기 좋은 이름이 되고 싶었다. 듣기 좋은 말만 골라 쓰며, 불편한 진실은 삼켜버렸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나대로 살고 싶다.” 이 말이 가슴을 울렸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읽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목소리를 낮추고, 감정을 감췄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괜찮아, 이젠 그만 애써도 돼”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박상영은 에세이에서조차 이야기꾼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리듬이 있고, 이야기에 생동감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삶의 무게와 따뜻함이 동시에 담겨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읽기 좋은 이름』은 ‘이름’에 대한 책이면서도 결국 ‘존재’에 대한 책이다. 우리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보다,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인정하고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메시지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내 이름을 조금 더 다정하게 불러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