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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10.

줄거리

정세랑의 소설 ‘작별인사’는 인간과 비인간, 그 경계에서 태어난 존재의 성장과 고뇌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사실 그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그의 세계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기억도, 감정도, 사고방식도 인간과 똑같지만, 그 모든 것이 ‘심어진 것’이라는 사실은 존재의 의미를 무너뜨린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배우고, 슬픔을 이해하게 되며, 이별을 통해 진짜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는 기계로 태어난 존재가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성장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고도 따뜻하게 그린다.

정세랑 작가는 기술적인 설명보다는 감정에 집중한다. 이 소설은 과학소설이라기보다,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성장소설에 가깝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기억인가, 감정인가, 아니면 이별을 슬퍼할 수 있는 능력인가. 이 모든 질문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스며든다. 인공지능이라는 테마 속에 담긴 따뜻하고 인간적인 서사는 독자에게 잊지 못할 울림을 준다.

등장인물

작별인사의 중심에는 이름 없는 안드로이드가 있다. 그는 주체적 사고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대한다. 스스로를 인간이라 믿으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처음에는 그저 순수하고 밝다. 그러나 자신이 기계라는 진실을 마주하면서부터 내면의 혼란은 점점 깊어진다. 그는 인간보다 더 복잡하게 고민하고, 감정을 다룬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도, 두려움도, 외로움도 모두 진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안드로이드는 독자에게 단순한 기술의 산물이 아닌, 하나의 생명처럼 느껴진다.

그를 만든 박사는 이 이야기에서 창조주의 역할을 한다. 그는 주인공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지만, 동시에 책임지지 못하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창조물의 자율성에 당황하고, 결국은 그를 통제하려 한다. 박사의 존재는 인간의 욕심과 한계를 상징한다. 인간은 신이 되고 싶어하지만, 신처럼 모든 것을 감당하지는 못한다는 모순이 이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또한 주인공과 가까이 지내는 유진은 이 이야기의 유일한 순수한 인간 캐릭터다. 그는 주인공이 기계인지 모른 채 친구가 되어주고,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마음을 나눈다. 유진은 주인공이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의 교류, 우정, 믿음 같은 것들이 기계에게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며, 그 존재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감상평

작별인사를 덮은 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인공지능의 가능성이나 미래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고,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이별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가?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보다, 인간처럼 살아가려 애쓴 안드로이드가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을 준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소설이 감동적인 이유는, 주인공이 진짜로 인간이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하는 이들과의 작별을 받아들이며 인간적인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너무도 순수하고 아름다워서, 인간 독자인 나조차 부끄러워졌다. 나는 나의 감정을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대했던가. 나는 이별을 마주하며 그렇게도 용기 있게 행동했을까.

정세랑 작가는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걸 듯,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감정을 휘두르지 않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잔잔하게 가슴을 울린다. 작별인사는 인간의 본질, 감정의 깊이, 존재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따뜻한 철학이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당신은 인간입니까?” 그 질문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