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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10.

줄거리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 종로구의 한 작은 편의점에서 시작된다. 한겨울 서울역에 떠돌던 노숙자 한 명이 어느 날 정체불명의 메모를 손에 쥐고, 편의점 야간 근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이름도, 나이도, 정확한 과거도 알 수 없는 이 남자. 그를 고용하게 된 건 편의점 점주인 엄마상이자, 동네의 한 중년 여성이었다. 그저 호의로 시작된 고용이었지만, 이 노숙자—이름은 '독고'—는 야간 편의점에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한다.

독고는 일처리도 느리고, 무뚝뚝하며 말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님들과의 작은 마찰을 잘 풀어가고, 동네 사람들과 하나둘 친해지기 시작한다. 편의점은 그저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의 일상이 오고 가는 쉼터로 바뀌기 시작한다. 소설은 이 편의점 안에서 일어나는 하루하루의 작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전한다.

이야기의 매력은 바로 ‘큰 사건이 없음에도 따뜻하다’는 점이다. 어떤 극적인 반전도 없고, 자극적인 전개도 없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느새 나도 그 편의점 안에서 커피 하나를 고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우리의 삶이 꼭 대단할 필요는 없고, 소소한 순간들 안에도 감동은 있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말해준다.

등장인물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당연히 ‘독고’다. 그는 과거가 모호하고 정체불명의 인물이지만, 단지 노숙자라는 틀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다. 무뚝뚝하지만 따뜻하고, 어설퍼 보이지만 섬세하다.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며, 동네 사람들의 상처와 고민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는 무엇을 강요하지 않고, 다만 곁에 있어준다. 그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편의점의 주인이자 독고를 고용한 ‘엄마상’은 다른 의미의 중요한 인물이다. 자식들 챙기느라,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자신은 잊고 살던 이 여성은 독고라는 낯선 존재를 받아들이며 점차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녀는 독고를 돕는 사람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그에게 도움을 받는다. 삶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누구나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단골손님들이 등장한다. 매일 도시락을 사가는 직장인, 아이 간식을 사러 오는 아빠, 혼자 맥주 한 캔을 사러 오는 노인까지. 이 인물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 각자의 사연과 외로움이 편의점을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독고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며, 모두에게 조용한 변화를 선물한다.

감상평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나면, 마음이 조용해진다. 바쁘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 무언가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냥 지금 이대로 살아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 상처를 굳이 드러내지도, 고치려 들지도 않는다. 대신 서로 조용히 곁에 있어준다. 그게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위로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독고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도움을 주는 장면들이 전혀 ‘의도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그냥 자신의 방식대로 일하고, 반응하고, 존재할 뿐인데,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 요란한 말 한마디 없이도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걸 이 책이 알려줬다.

그리고 우리 삶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꼭 거창한 공간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24시간 불이 켜진 작은 편의점 하나가, 사람들에게는 집보다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작가 김호연은 우리가 잊고 있던 일상의 의미를 소소하지만 깊게 풀어낸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덮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그게 바로 ‘불편한 편의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