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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10.

줄거리

정세랑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는 한 사람의 죽음 이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되는 질문과 여운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 이시선이다. 그녀는 생전 페미니스트이자 미술 평론가로, 시대를 앞서간 사고와 삶의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종종 낯설고 불편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시선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흐른 지금, 그녀를 기리는 여행을 떠나며, 다시 한 번 그녀의 삶과 의미를 되짚게 된다.

이야기는 시선의 유해가 뿌려질 장소인 하와이로 향하는 가족들의 여행을 따라간다. 여행에 함께한 가족들은 각기 다른 나이, 성격, 삶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시점을 통해 시선이라는 인물을 다층적으로 비추게 된다. 하나의 인물이 남긴 자취를 통해, 가족들은 자신이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되고, 때로는 오해를 풀고, 때로는 후회를 하며 자신들의 삶까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죽은 이를 기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시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여성의 삶, 사회적 제약, 예술의 역할, 사랑과 자유에 대한 고민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닌, 그 사람의 ‘시선’이 남긴 흔적을 중심으로, 그 시선이 어떻게 지금도 누군가의 삶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섬세한 이야기다.

등장인물

이시선은 이미 사망한 인물이지만, 소설 내내 가장 강한 존재감을 발하는 중심축이다. 그녀는 한 사회를 살아간 여성으로서,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용감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왔다. 때론 가족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단호하고 고집스러웠지만, 그것은 시대가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점차 깨닫게 된다. 시선은 누군가에게는 영웅이고, 누군가에게는 괴짜였지만, 그 모든 복잡한 면모가 오히려 그녀를 인간답게 만든다.

시선의 자녀들과 가족들은 이 이야기를 더 따뜻하게,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주는 인물들이다. 딸 시우는 어머니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여행을 하며 알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아들 민, 손녀들과 손자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시선을 기억하고 받아들인다. 각 인물들은 시선이라는 강력한 존재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다시 찾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인물들이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독자는 한 사람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사람인데 전혀 다른 기억과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독자에게도 가족이라는 관계의 복잡성과 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감상평

‘시선으로부터,’는 조용하지만 아주 강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사람 한 명이 남기는 영향이 이렇게 깊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미 죽은 인물이 주인공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선이라는 사람은 너무도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선택, 말투, 사고방식이 인물들의 대사 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정세랑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단지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타인과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다름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려낸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삶이 결국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와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말해준다.

책장을 덮는 순간, 나도 내 삶의 어떤 순간에 누군가에게 ‘시선’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말없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삶, 조금은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끝내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낸 삶. 그 모든 것이 이 소설 안에 녹아 있다. 슬프지 않으면서도 뭉클하고,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여운. ‘시선으로부터,’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