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우리가 매일 밤 꾸는 ‘꿈’이라는 신비한 세계를, 아주 독창적이고 따뜻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배명훈 작가의 해설처럼 이 책은 현실의 무게에 눌린 사람들에게 밤이라는 작은 도피처를 선물하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무대는 잠든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꿈의 세계’, 그 중심에 위치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종류의 꿈이 상품처럼 진열되고,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꿈을 고르고 구매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이 백화점의 신입사원인 펜슬이다. 그녀는 현실 세계에선 평범한 인물이지만, 꿈의 세계에서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가 이 백화점에서 일하며 만나게 되는 다양한 손님들, 그리고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꿈들은 그 자체로 짧은 단편 같은 감동을 안긴다. 누군가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를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실패한 삶을 꿈에서만이라도 성공시키고 싶어 한다.
줄거리는 크고 드라마틱하지 않다. 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꿈이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는 사람들의 상처, 그리움, 욕망, 두려움 같은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화점이라는 따뜻하고 몽환적인 배경 속에서, 독자는 스스로의 꿈과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나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 소설이 그 문이 되어줄 것이다.
등장인물
펜슬은 이 이야기의 눈이자 귀다. 독자는 그녀를 따라 백화점 안을 누비며, 꿈이라는 낯선 세상을 처음 접하게 된다. 그녀는 아직 서툴고, 모든 것이 신기하고, 때때로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그 과정이 곧 독자의 시선이 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펜슬의 성장 또한 이야기의 중요한 축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꿈을 파는 직원에 불과했지만, 점점 더 사람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그녀와 함께 변해간다.
달러구트 사장은 단연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 중 하나다. 유쾌하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책임감 있고 통찰력 있는 리더다. 그는 단순히 백화점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조언자 같은 역할을 한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꿈을 사러 온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때로는 방향이 된다.
그 외에도 수많은 고객들과 직원들이 등장한다. 악몽을 사러 온 손님, 잊지 못할 사람을 다시 꿈꾸고 싶은 손님, 꿈을 조작하려는 손님까지. 이들은 모두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며, 하나하나 우리 주변의 누군가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이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통해 독자의 삶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감상평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처음 펼쳤을 땐 그저 독특한 설정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이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꿈이라는 판타지 속에서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게 신기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꾸었을 법한, 또는 꾸고 싶은 꿈들. 그 속에 담긴 사연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어떤 손님이 돌아가신 가족을 다시 보고 싶어 찾아온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나 역시 보고 싶은 얼굴 하나 떠오르고, 코끝이 찡해졌다. 꿈속에서라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건 나만이 아니리라.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그런 순간이다. 읽는 사람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건드리는 지점이 분명하게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은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힘이 있다. 현실에서 너무 지치고 상처받았더라도, 밤이라는 시간 속에서조차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꾸는 꿈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우리가 품고 있는 바람과 그리움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아주 부드럽게, 그러나 깊게 전달해준다.
책장을 덮고 나서, 오히려 꿈을 꾸는 밤이 기다려졌다. 달러구트 백화점이 정말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오늘 밤 나도 그곳을 한 번쯤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상을 하게 해주는 책은 흔치 않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현실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마음의 쉼표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