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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by 새정보나라 2025. 6. 10.

줄거리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주인공 윤재는 편도체, 즉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일반인보다 작게 태어난 탓에 분노나 공포, 슬픔 같은 기본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그 감정을 ‘알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다’고 말하고, 그는 그 말에 익숙해진 채 살아간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겉보기엔 차분하고 조용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고독과 싸움이 있다.

윤재의 유일한 세계는 엄마와 할머니였다. 하지만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그 둘이 끔찍한 사건으로 윤재 곁을 떠나게 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무너진다. 예전과 같은 일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감정이 없어도 상처는 남는다. 윤재는 상실을 통해 ‘느끼지 못하는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던 중 윤재 앞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 폭력적이고, 거칠며, 감정에 휘둘리는 소년 곤이다. 윤재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이 아이는, 그의 삶에 예기치 않은 균열을 만든다. 그 균열은 어느새 틈을 만들고, 윤재는 처음으로 ‘감정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 소설은 감정을 가지지 못한 소년이,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 아니 감정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 성장 서사다. 윤재는 결국 말한다. “나는 느낀다”고. 그것은 한 사람이 진짜로 세상과 연결되었다는 가장 깊은 고백이다.

등장인물

윤재는 누구보다도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인물이다. 그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를 무감정한 괴물로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무표정 뒤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조용한 시선이 있고, 타인과 연결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있다. 그의 가장 큰 용기는 ‘감정을 갖고 싶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그가 인간으로서 처음으로 자신을 확장하려 한 시도였다. 그런 점에서 윤재는 누구보다도 용감한 아이였다.

곤이는 윤재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쉽게 분노하고, 상처받는다. 윤재와 곤이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것을 보여주는 존재다. 곤이는 윤재에게 감정의 폭발을, 윤재는 곤이에게 감정의 절제를 가르쳐준다. 이 둘의 우정은 단순한 교류가 아닌, 서로의 결핍을 마주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다. 곤이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윤재는 진짜로 ‘살아있는’ 사람이 되어갈 수 있었다.

윤재의 엄마는 소설 속에서 아주 강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아들의 결핍을 받아들이고, 그 결핍이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도록 헌신적으로 지켜준다. 엄마는 윤재에게 세상의 모든 감정을 가르쳐주려 애쓴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의 사랑은 윤재라는 인물을 완성시킨 가장 근원적인 힘이다. 그런 그녀의 부재는 윤재의 변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며,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감상평

‘아몬드’를 읽고 나면 쉽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 이야기는 감정이 없다는 설정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지만, 읽는 내내 나는 내 감정을 수없이 마주해야 했다. 윤재의 말투는 차분하고 담담하다. 하지만 그 안에 스며 있는 고독과 외로움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더 또렷하게 전해진다. 무감정이라는 것이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을 자극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특히 곤이와의 관계는 이 소설의 중심 감정선을 이룬다. 처음에는 폭력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보였던 곤이가, 결국에는 윤재의 세상을 넓히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다. 둘 사이의 이해와 변화는 너무 조용해서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서로의 방식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아프고, 외롭고,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헤매는 사람들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가 감정을 배우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너무 감정이 넘쳐 흘러 오히려 지쳐가는 세상에서, 감정을 갈망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는 반대로 아주 맑고 깨끗하게 느껴졌다. ‘나도 내 감정을 좀 더 잘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의 분노, 나의 기쁨, 나의 외로움에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어졌다.

‘아몬드’는 감정을 잃어버린 시대에, 감정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슬프면서도 따뜻하고, 조용하지만 큰 울림을 남긴다. 윤재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 것은, 독자인 내게도 감정을 회복하는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감정이라는 단어를 쉽게 말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